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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23. 2022

자기 심리치료,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 5

관계의 문을 여는 자기 공감, 자기 이해.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의 마지막 단계, 5번째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단계까지 나를 알아차리고, 몸을 잘 돌보고, 묵었던 감정을 흘려보냈고, 생각까지 정리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여태까지 내면의 정신세계를 잘 다루었으니 이제 외부의 현실 문제에 직접 나설 때가 됐습니다. 


이처럼 현실 문제를 직접 다루기 위해서 먼저 내면을 잘 바라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면이 혼란스러운 상태로 외부 현실에 대응하면 엉망이 되기 쉽겠지요. 그래서 내면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전보다 맑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현실에 대처한다면 구체적인 현실 문제도 더 잘 풀 수 있겠지요. 


현실 문제라 함은 거의 백이면 백 '관계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심리상담의 모든 주제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작든 크든 타인과의 관계나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걸려 있습니다. 모든 심리적인 문제의 근본인 관계,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요? 


관계를 잘 푸는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를 공감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면 됩니다. 공감과 이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공감과 이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공감과 이해를 잘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다시 '자기 초점주의'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다룰 때에도 타인과 외부의 관점에서 내 생각을 다시 검토해 보았지요? 이제 정신의 지평을 넓혀 '나'라는 기준점 자체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나라는 기준점에서 탈피하면 상대방을 수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상대를 공감하고 이해할 마음의 공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지요. 추상적이고 모호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하나의 방편으로 '하심'을 이야기합니다. 하심은 나를 낮추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잘못한 부분 말고 내가 잘못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를 반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마냥 억울하고 화가 나기만 했던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상대방에게 응당 무언가를 요구하고 받아내야만 했던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그 사건에 기여한 내 몫도 보이니까요. 그 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 이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아주 작더라도 내 실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을 나 스스로 인정하고 그러고 나서 타인에게도 인정합니다. 그 부분을 내가 잘못한 것이니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겸허하게 자세를 낮추어 접근하는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나올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나의 이런 자세를 보고 상대방도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겠지요. 나도 상대방도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쯤 되면 비폭력대화 등 대화 스킬이 잘 쓰일 수 있습니다. 


갈등 관계를 당장 대화로 풀려고 하지 말고 하심하기. 

즉 먼저 내 잘못을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인정하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내가 틀렸음을 알고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공감, 자기 이해라는 점입니다. 당장 겉으로 드러난 마음은 삐죽거리고 성화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마음도 있습니다. 상대방과 문제를 원만하게 풀고 싶은 마음,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마음, 상대가 누가 됐든 서로 연결하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 등도 있지요. 내가 나만 옳다고 우기고 상대방에게 내 뜻을 관철시키려고만 할 때는 외면받는 마음들입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알아보고 인정하는 것은 내면에 숨어 있던 부드러운 마음들도 알아주는 진정한 자기 공감과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이렇게 현실과의 접촉면에 있는 내 마음을 또 한 번 깊게 다루어 봅니다. 관계를 푸는 열쇠는 대화법에 있지 않습니다. 그 열쇠는 대화법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마음의 토양에 있습니다. 그 토양을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내 마음을 깊게 돌아보고 살펴보는 것이지요.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하기 전에 자기 공감, 자기 이해를 하게 되면 교착됐던 관계는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해결책이 나오기도 합니다. 얼었던 강도 봄의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면 금세 녹아내립니다. 나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전에 상대를 공감하고 이해해서 관계를 풀려고 애쓰는 것은 허사가 됩니다. 겨울이 끝나지 않았는데 봄을 앞당기려는 격입니다. 내 마음에 먼저 따뜻한 봄이 오도록 자기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의 강이 흐르기 시작하면 관계의 강물도 흐를 수 있습니다. 녹은 강물은 어디든 흘러 적시며 봄이 왔다는 소식을 널리 알립니다. 자기 공감과 자기 이해로 내 마음에 가득 찬 따뜻한 햇살이 우리 관계에서도 봄을 비추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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