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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09. 2022

자기 심리치료,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 1

동서고금의 성현들이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이유

어떤 심리치료가 됐든 그 작업에 가장 선행하는 것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알아차리기'입니다. 처음에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듯 하지만 결국 온전히 스스로 치유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심리상담은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에서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알아차림'은 그 가치에 비해 참 소외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온갖 현대 문명의 기기들, 타인의 메시지에 너무 쉽게 자주 노출되면서 알아차릴 겨를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재고할 새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휩쓸려 그런 정보에 중독된 줄도 모르게 중독된 상태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알아차림은 더욱 소중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아차릴까요? 흔히 심리서적을 보면 자기 감정을 잘 알아보라고 하는데 그보다 먼저 알아차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외부의 자극이 주어진 순간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반응이 그것입니다. 부싯돌에서 불똥이 튀듯 내면에서 일어나는 최초의 반응. 그것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반응은 아직 감정의 형태를 갖추기 이전입니다. 감정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기 전에 어떤 본능적인 감각이 출현합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최초의 반응은 단순하게 쾌 아니면 불쾌, 둘 중의 하나입니다. 무덤덤한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요. 이후 내 반응이 크지 않을 것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적을 테니까요. 아주 미세한 쾌감이나 불쾌감이 내면에서 최초에 일어날 때, 우리는 이제 감정에 시동을 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최초의 반응을 살필 줄 모르면 쾌, 불쾌는 이내 감정과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후속 반응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과도 같습니다. 금세 통제 불가능의 영역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이 내면의 최초 반응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리면 멈출 수 있습니다. 그 힘이 아주 작을 때 알아차리면 멈추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멈추려고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을 명백히 보고 있음으로써 저절로 멈추어지는 것입니다. 명약관화하게 알아차리고 있는 와중에 불은 번지기 전에 사그라듭니다. 또렷이 관찰을 하고 있음으로써 내가 불이 더 크게 지펴지도록 떌감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어떤 의도도 접어두고 알아차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알아차리기가 잘 되면 후속 조치가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심리적인 문제가 아주 작을 때 예방됩니다. 가만히 두면 큰 산불이 날 수도 있었던 불씨를 조기 진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변에 탈 만한 것들을 제거하고 나면 그냥 흙바닥에서 탈 만큼 타다가 불이 스스로 소멸하는 이치입니다. 이미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알아차림은 이후 더 큰 난리가 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지금 타오르는 불길을 잡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심리적 문제의 수레바퀴가 더 구르지 않도록 알아차림은 멈춤의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알아차림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확고히 멈출 수 있게 됩니다. 


'너 자신을 알라.' 

심리치료, 심리상담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은 동서고금의 현인들도 결국 같은 말을 했습니다. 마음에 관해서 나 자신에 관해서는 알아차리는 것이 첫째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성인으로 칭하는 분들이 그렇게 신기하게도 일치하는 말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최초의 반응, 최초의 불꽃. 

그것이 내 삶을 태우기 전에 그 불꽃보다 강렬하게 알아차림의 빛을 밝혀 보세요. 내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는 길로 통하는 첫 번째 관문은 나 자신을 잘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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