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May 07. 2022

애착 신드롬, 대상항상성과 자기 개별화

애착은 평생의 과정이다. 

애착은 거대 신드롬입니다. '금쪽같은'이라는 우리나라 말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지요. (어쩌면 우리나라 말에 이렇게 찰떡같은 표현이 있는지 새삼 놀랍니다.) 같은 제목의 유명 TV프로그램 덕에 애착의 중요성은 대중에게 더욱 각인되고 있지요. 


애착은 아이가 대상항상성을 건강하게 발달시키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대상항상성이란 말 그대로 주요 대상이 항상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있어서의 주요 대상은 엄마지요. 엄마가 자기 곁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늘 곁에 있는 듯이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 성숙한 대상항상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충분히 일관되게 아이에게 반응하고 공감을 해주면 대상항상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엄마가 없이도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존재를 찾아나섭니다. 


대상항상성을 바탕으로 아이는 자기개별화 과정으로 나아갑니다. 내 마음의 안전기지가 충분히 탄탄하니 이제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세상과 타인 속으로 들어갑니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엄마와 분리하기 시작하지요.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인식합니다. 그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자기를 탐색하고 발견합니다. 이것을 자기 개별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대상항상성이니 자기개별화니 심리학 용어를 쓰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든든하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 마음 놓고 세상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성인인 우리도 그렇지요. 우리도 낯선 곳에 가면 안전하고 안정된 구석을 먼저 찾게 됩니다. 그때 의지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질까요. 그곳이 먼 타국이라고 가정하면, 그 낯선 곳에 익숙해질 때까지 자주 그와 만나며 그를 통해 세상을 접하려고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이제 그 사람에게 덜 의지하면서도 낯설었던 그 세상을 혼자 익혀 나가겠지요. 즉 사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특정 상황이 되면 대상항상성과 자기개별화 과정을 거칩니다. 


타지로 대학을 진학하며 부모와 떨어져 살기 시작할 때, 군 입대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낯선 환경에 들어갈 때, 완전 남남이었던 사람과 결혼을 할 때, 생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명인 아이를 가질 때, 이직을 하거나 이사를 할 때, 오랫동안 함께 산 자녀가 분가를 할 때, 평생 몸 담았던 직장에서 은퇴를 할 때, 배우자와 결별하거나 사별할 때 등 이 모든 상황은 우리에게 애착 이슈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대상항상성과 자기개별화를 또 새롭게 겪게 됩니다. 


이처럼 애착은 평생의 과정입니다. 단지 유아의 발달 과정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과업입니다. 이쯤에서 애착 신드롬을 살짝 접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기는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그것이 애착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의 애착 관계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개인으로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평생 자기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애착을 배워 나가는 것이지요. 필요한 순간이 올 때마다 대상항상성을 떠올리고 자기개별화 과정을 거치면서 말이지요.


그러니 내가 부모의 입장이라면 너무 애착 신드롬에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도 애착을 배워나가는 과정이었고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삶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애착도 포함됩니다. 아이가 지금부터 겪어나갈 애착 이슈는 아이 본인의 몫입니다. 부모인 내가 할 일은 아이의 과거 애착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나의 애착 이슈를 잘 겪어 나가는 것입니다. 애착이 대두될 때마다 대상항상성과 자기개별화를 단단히 하며 성장하는 것, 그것이 나의 할 일입니다. 그것이 금쪽같이 아이도 아끼고 자기도 아끼는 방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회복탄력성, 그래도 살아갈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