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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두 번째 화살,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 이유

[1분 인생 힌트] 두 번째 화살,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 이유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긴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동안 루틴이 무너졌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했습니다. 왜 긴 세월 결장을 하지 않는 프로야구 선수를 철인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고작 며칠이나 했다고, 겨우 긴 휴일이 지속됐다고 루틴을 무너뜨리다니. 이동국 선수도 손연재 선수도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십 년 이십 년 라면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하는데... 프로를 왜 프로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루틴이 무너지면서 머릿속에서는 재잘거림이 계속됐습니다. 



그깟 것도 제대로 못 지키다니!
오늘 아침에 못한 거 어서 채워!



흠. 익숙한 자기 비난입니다. 자기 반성과 비난이 버무려져 머릿속에는 이걸 하면서도 저것도 어서 하라고 하고 저걸 하면서도 또 다른 것도 해야 된다는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때로는 분명한 소리가 아니었지만 겨울철 얼음 밑에 흐르는 강물처럼 은근한 속삭임이 계속되었지요. 아휴 시끄러워라. 


두 번째 화살이 떠오르는 대목이었지요. 조금의 틈만 보여도 떠들어대는 자기 비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화살 맞지 않기, 상처의 반복을 멈출 자유


불가에 전해오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지금도 정신 팔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무진장 맞다가 이 이야기가 떠오르면 머리가 띵합니다. 이렇게 적합한 격언이 있을 수가! 


첫 번째 화살은 타인이나 외부의 상황이 나에게 유발한 부정적 감정이지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나를 탓하고 비난하고 욕할 때 우리는 첫 번째 화살을 맞습니다. 그건 손쓸 도리가 없지요. 그 사람이 나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내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가혹한 말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나에게 돌을 던질 자유가 있지요. 그 이유가 그 사람의 착각이었든 무엇이든 그 사람에게는 그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유가 있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그와 똑같은 자유가 있지요 험험. 나에게도 돌을 던질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소한 싸움은 개싸움으로 변질되기 십상입니다. '어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그러는 너는? 간다 얍!'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한 가지 도전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향한 도전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도전. 



내가 왜 화를 내야 하는가? 



아주 극단적인 도전이지요. 상대방에게 돌을 맞고도 화를 내지 않기로 선택할 자유. 이렇게 살다가는 요새 세상에 국물도 남는 게 없을 것 같지만 세상에 성인 군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면서 그 스스로 자유로워졌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성인 군자가 되고 싶으면 도전하면 됩니다. 도전! 


사실은 성인 군자가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괴롭고 힘들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입니다. 화를 내면 엄청 힘드니까요. 분노와 원망을 품고 살아가면 내 심신이 피폐해지니까요. 나이 들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부정적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몸이 팔팔하지 않으니 부정적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몸이 골골거리며 신호를 보내거든요. 이제 그만하자. 몸이 이야기하지요. 어려서 좀 더 어리석었을 때보다는 빨리 내려놓게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을 그만둡니다. 두 번째 화살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후에 내가 스스로를 찌르는 화살입니다. 타인이 나에게 화를 낸 뒤에 내가 나 자신을 면박 주면서 왜 그랬냐고 탓하고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왜 굳이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살고 있지요. 본능적으로 화를 주체할 줄 모릅니다. 타인을 향해 화를 내면서 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집니다.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머릿속이 혼탁해지고 소화가 안 됩니다. 아뿔싸. 두 번째 화살은 벌써 시작한 것입니다. 


그 분노가 나를 향하면서 두 번째 화살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왜 그랬어! 머저리 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멍청해!' 아 심장이 저리지 않나요? 첫 번째 화살이 밖에서 온 것이라 손쓸 수 없었다 하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자기 안에서 자기를 찌르고 있는 것이니 멈출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쉽게 그만두질 못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라도 실컷 자기를 찌르고 나서야 많이 아프다며 멈춥니다. 


마음의 상처는 이렇게해서 덧납니다. 첫 번째 화살 이후 두 번째 화살을 맞기로 선택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덧납니다. 본능적이고 정당한 반응 같아 보여도 결국 나만 아플 뿐입니다. 첫 번째 화살을 쏜 그 사람, 그 상황은 진작에 내 눈앞을 떠난 지 오랩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을 때 우리는 심지어 복수에도 성공하지 못하는 격입니다. 그 사람이 던져놓은 그물에 걸려 넘어지면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되려 그 사람이 깨소금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런. 


화도 내지 말란 이야기 같지만 화를 낼지 말지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화살부터 나의 실수였다면 두 번째 화살은 더욱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루틴을 깨뜨렸다고 나를 비난하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이 상황을 더욱 최악으로 몰고 가는 일을 멈춥니다. 어차피 깨진 루틴,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지금부터도 새롭게 할 수 없다면 오늘은 치팅 데이 cheating day. 그냥 속시원하게 루틴을 잊고 놀면 됩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오늘을 즐기자. 


나에게는 늘 선택권이 있습니다. 타인과 상황을 통제할 권한은 전혀 없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할지는 늘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자주 잊고 사는 사실이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기 시작하면 마음의 상처가 덧나고 회복이 더디어 진다는 것을 되새깁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면 상처는 그 자리에서 끝나고 아물기 시작합니다. 나는 상처의 되새김질보다는 마음의 자유를 선택합니다. 이런 내가 두 번째 화살을 맞는 나보다 좋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날. 

모든 첫 번째 화살이 두 번째 화살로 번지지 않는 날입니다. 그렇게 오늘부터, 지금부터 내 마음은 다시 새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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