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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7. 2022

퇴근 잘하는 방법(정신적 은퇴)

[1분 인생 힌트] 퇴근 잘하는 방법(정신적 은퇴)


퇴근하셨나요? 

퇴근을 아직도 못하고 계신다면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침도 있는 법인데 어서 일을 마무리하고 푹 쉬시길 바랍니다. 


퇴근을 제때 못하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자기의 영달을 위해서 늦게까지 자진해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렇더라도 힘이 안 드는 건 아니니까요. 꼭 저녁에는 발 닦고 아주 깊은 수면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퇴근 후 마음학교도 운영을 하고 있답니다. 힘들면 가끔 오셔서 마음 놓고 쉬어 가세요. 


저 역시 아직 퇴근을 하지 못한 입장에서 한 글자 적습니다. 직장인 상담을 꽤 오래 한 경험을 토대로 유용한 팁을 하나 알려 드립니다. 



칼퇴 넘어 은퇴하기


칼퇴. 

직장인의 꿈에게 가장 달콤한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업무 마감시간에 칼같이 퇴근하는 유쾌함. 뒤에 남겨 놓은 일도 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직장을 나설 때의 마음. 다들 한 번 정도는 경험이 있지요? 그 맛 참 좋지요. 


직장인 심리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칼퇴는 꿈만 같은 일인 경우가 많다는 것과 퇴근을 하더라도 머릿속은 퇴근이 잘 안 되는 사실입니다. 일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못 드는 슬픈 사람들. 그분들을 만날 때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일 은퇴하세요. 



어떤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에서 매일 은퇴를 하라고 합니다. 매일 어떤 직분이나 직위나 역할로만 하루를 살지 말고 완전히 나 자신으로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지요. 자연인 나로 사는 시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화롭지 않나요? 


하루 종일 엄마로만 살았다면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는 시간, 하루 종일 대리로 살았다면 대리가 아닌 나로 존재하는 시간, 하루 종일 자존심 상한 나로 살았다면 자존심 상한 사람이 아닌 나로 존재하는 시간 등등. 자연인은 아무것도 더 하지 않아도 참 아름답습니다. 있는 그대로 휴식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자체로 참 고귀합니다. 


퇴근 후에는 은퇴를 하는 겁니다. 정신적으로는 일에서 완전히 놓여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잠을 자다가도 그대로 곱게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게 인생살이입니다. 내일도 반드시 눈을 뜬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삶에서 내가 마지막까지 일만 생각하다가 가면 참 서글프겠지요. 


오늘은 쉬세요.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오늘 다 못 쓴 보고서가 다 무슨 소용일까요? 내일 아침에 살아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다 못한 설거지를 언제 다 할지 고민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퇴근 후에는 은퇴를 하는 마음으로 쉬세요. 퇴근이 없는 일 같거든 정신적으로라도 강제 퇴근을 해보는 겁니다. 오로지 자연인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몇 분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일이 끝나든 끝나지 않든 머릿속에서 끝낼 줄 아는 사람은 자기를 진정으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하니까요. 퇴근 후에는 매일 은퇴할 줄 아는 능력. 그냥 나만으로 존재할 줄 아는 능력. 탐나지 않나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인인 나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 참 희유하면서도 곱디 고운 마음입니다. 


아 글을 어서 줄여야겠습니다. 저도 퇴근 아니 은퇴를 할 시간입니다. 이 시각부터 상담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무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은퇴를 한 자연인 아무개가 있습니다. 그럼 모두 깊고 평안한 밤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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