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청소하는 지조 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아침에 상담센터이자 서점을 청소했습니다.

헌데 청소가 오늘은 특히 쉽지 않았습니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고 머리에 열도 나는 것 같고

전에 부상당한 왼쪽 어깨 속이 은근히 쑤시는 것이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들고 참 불편했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몸의 불편함은 더 크게 느껴졌지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몸 상태인데 오늘은 그만할까?

이쯤에서 대충 하고 말까?


생각을 떨치고 청소를 하면서 불편함이 계속 더 자극이 되었습니다.

몸을 굽혔다 웅크렸다가 좁은 공간에 쑤셔 넣었다가

여러 가지 자세를 해야 하니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은 더 아우성을 쳤어요.


몸이 아파서 그런지 망상이 들더군요.

죽는 날, 신이 이렇게 묻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넌 지구를 얼마나 청소하고 살았니?

아 내가 지구에 파견된 임무는 청소가 아니었을까.


어떤 신화에서는 죽어서 신을 대면하면 신이 질문한다고 하지요.

너는 사는 동안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니?

사랑 대신 청소를 집어넣어도 말이 되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시공간을 청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요.


그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나 마나 청소를 하자.

매일 청소하는 지조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품격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제멋대로 구른 생각은 '품격'까지 격상되었어요.

신을 대면하는 날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인간의 품격.

보십시오! 저는 매일 청소를 했습니다!

그 갸륵함을 봐서라도 신께서 예뻐해주시지 않을까.

몸이 아픈 차에 어떻게든 청소를 한다고 혼자 망상을 마구 굴렸습니다.


망상이 어찌 됐든

오늘도 청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나 스스로 지조를 지키고 품격을 높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작가들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무작정 글자 수를 채우며 글을 쓴다고 하듯이

저는 오늘도 청소를 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품격을 유지하고 사나요?

어떤 것에 지조를 지키고 있나요?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때 지조를 지키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다른 방법이 없다면

대전의 한 심리상담사는 아침 청소를 권유합니다.


하기 싫었지만 그러기에 끝내 끝낸 청소처럼

매일 같이 오늘도 똑같은 삶을 지켜내는 지조는

나에게 품격을 더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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