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부터 청소를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상담이 있을 때는
얼른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바빠집니다.
허둥지둥 대다 보면 청소를 거칠게 하게 됩니다.
청소기의 주둥이를 의자 다리에 괜히 세게 밀어붙이면서 청소를 하지요.
아 의자는 왜 다리가 4개나 되고,
의자는 왜 이리 많은 건지 괜히 성질이 나기도 해요.
팍팍, 둔탁하게 청소기를 부딪치다가
마음도 함께 팍팍해집니다.
오 나무둘아, 릴랙스~
각종 잡동사니를 들었다가 놓고 옮기며 청소기를 돌리다 보면
마음은 더 성급해집니다.
이 물건들은 왜 이렇게 생겨 먹었고,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살짝 올라오는 짜증에 일단 청소를 멈추기로 합니다.
추운데 난로부터 켜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만,
리드선과 난로의 코드를 양손에 붙잡고 서로 당기다가
급한 성질이 정점을 찍습니다.
그만 너털웃음을 짓고 맙니다.
한 손에는 벽에 붙은 리드선 콘센트,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난로의 코드.
양쪽 모두 내 쪽으로 당겨질 리가 없었지요.
양손에 꼭 쥐고 그걸 당기며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성질을 부리는 내 꼴이란.
무생물을 양 옆에 두고
그 사물의 끝을 양손에 잡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 가운데서 혼자 용쓰며
감정 풀이를 하고 있다니.
얼른 양손에서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난로를 두 손으로 옮겨 리드선 가까이에 가져다가
차분하게 리드선의 콘센트에 꽂았지요.
난로 불이 번쩍,
내 마음이 반짝.
마음도 꼭 그 모양입니다.
마음의 오른손이 무엇을 쥐고 있거든
마음의 왼손은 아무것도 쥐지 않아야 합니다.
빈 공간이 있다고 그마저 채우려 하다가는 체하고 맙니다.
이도저도 되지 않습니다.
빈 공간은 비어 있는 대로 그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마음의 한 공간은 나로 채우고
마음의 다른 한 공간은 남을 위해 비워두기.
남을 위해 마음을 비워두고 열어두지 않는다면
남이 선뜻 내 마음으로 들어올 수가 없겠지요.
나 자신으로 꽉 찬 마음에 다가오고 싶은 타인은 없겠지요.
나로 꽉 채운 마음은,
빈 곳이 없는 마음은
결국 외로워질 테지요.
오늘도 청소를 하면서 마음 공부를 했습니다.
당신은 양손에 무엇을 쥐고 있나요?
둘 다 쥐고 있는 채로 일이 잘 풀리고 있나요?
혹시 한 손을 비우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나를 위해서는 한 손만 쓰려고 합니다.
다른 이를 위해서 한 손은 비워두려고 합니다.
마음도 꼭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오늘 당신도 나도
마음의 빈 공간이 있어서
탁 트이고 자유롭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