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아침 편지를 며칠 만에 쓰는군요.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어서 며칠 편지가 미루어졌습니다.
아무튼 청소 이야기.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최근 서점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매대에 할인 판매할 책들을 잔뜩 올려놓았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꺼내 놓고 보니
안쪽에 숨어 있던 먼지들이 드러났지요.
며칠 아침 청소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책방지기 님이 아침 청소를 담당했는데
그 먼지들까지는 보지 못했나 봅니다.
예리한 마음 관찰자인 심리상담사에게는
눈에 아주 잘 띄던 걸요.
하루 이틀 몸을 불린 게 아닌 먼지덩어리.
예리하게 관찰한 만큼 세심하게 먼지를 털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이 먼지를 어떻게 못 보고 청소를 할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이런 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하나, 하면서 살짝 투덜거리기도 했지요.
훈련된(훈련 중인)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혼잣말을 해봅니다.
그러다가 심리상담사답게 또 엉뚱하게 드는 생각.
저 먼지가 꼭 치워져야 하는 것일까?
꼭 닦여야만 하는 것일까?
먼지는 먼지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마음에 빗대어 보는 이 직업병 때문에
먼지조차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먼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다면?
현대 심리학의 영원한 테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먼지도 그렇게 바라본다면?
물론 그렇게 바라본다고 해서 먼지를 가만히 둘 수는 없습니다.
그런 곳에 손님이 와서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먼지보다 훨씬 더요.)
하지만 한 번쯤 생각은 해 봅니다.
무조건 깨끗한 것과 지저분한 것으로
나누기 전에, 치우기 전에
그 지저분함을 판단하는 내 눈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그 지저분함이 사실은 그 지저분함 자체로 존재의 의미가 있지는 않은지.
먼지도 먼지 나름의 존재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세상 만물의 다 그러하듯이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합니다.
인과관계로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이미 삼라만상 생명체들은 여실이 존재하고 있지요.
존재하고 있기에 인과관계도 따질 수 있는 거니까요.
먼지 하나를 보다가 그만,
여기까지 생각을 확장시켰습니다
당신은 마음속에 어떤 먼지를 가지고 있나요?
그 먼지는 반드시 닦아서 치워야만 하는 걸까요?
혹시 내가 먼지라고 보지 않으면 아예 먼지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
내가 먼지라고 생각하는 것을 치워 버리기 전에
그 먼지가 뭔지 다시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