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딴에는 하고 있는 거예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서점이면서도 심리상담센터이기도 한 이 공간.

작은 공간에서 책방지기와 함께 운영하다가 보니

별별 사소한 문제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아 브런치는 기어이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군요.

속내를 다 까발리게 하는 브런치 같으니라구.)


청소 스타일도 사람마다 달라서

'이건 왜 이렇게 해 놓았지? 저게 눈에 안 보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 눈에는 빤히 보이는 테이블 위의 펜 자국들을

책방지기는 별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검은 바닥에 흰 종이 가루가 버젓이 보이는데도

책방지기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신기하고도 놀라운 관점의 차이!

(라고 미화합니다.)


정녕 악의가 없는 것일까.

청소를 떠맡기려는 음모론은 아닐까.

속으로만 망상해 봅니다.

나의 절친(이어야 할) 책방지기가 그랬을 리 없겠지요.


청소하기 퍽이나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소품들.

책방지기가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면서

이중의 생각이 듭니다.


거 참, 청소하기 불편하네!

어째, 여기 이런 센스를 발휘했을까!


흠. 좋은 면도 있다는 것을 보며 나의 망상을 고쳐 먹습니다.


오는 사람마다 지하인데 어쩜 이렇게 예쁜 공간이 있냐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걸.

그래 이 공간의 인테리어에 내가 기여한 건 하나도 없잖아.

텅 빈 충만감을 빙자한 여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나에게 이런 아름다움은 호사야.


문득 생각이 듭니다.

책방지기가 이렇게도 말할 수도 있겠구나.


책방지기 : 딱 보면 거기엔 그게 어울리지 않아? 느낌 안 와?

나 : 예쁘긴 하네. 그래도 나도 내 딴에는 미적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거야.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청소에 대해 묻는다면 책방지기도 똑같이 말하겠지요.


나 : 이 더러운 게 안 보인다는 말이야?

책방지기 : 어 그러네. 나도 내 딴에는 청소하고 있는 거야.


그렇겠지요.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딴에는 잘하고 있는 걸 테지요.

오늘도 고개를 숙이며 쓸고 털다가 마음도 숙여 봅니다.


당신 딴에는 하고 있는데 남이 몰라주는 건 무엇인가요?

그 딴에는 하고 있는데 당신이 몰라주는 건 무엇인가요?

혹시 당신 딴에는 한다고 하고 있는데 스스로도 몰라주는 것도 있지 않나요?

오늘 우리 서로

'당신 딴에는 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이렇게 얘기하고요.

내 딴에는 하고 있는 거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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