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해도 그 사람 마음은 그 사람만 알아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편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앞으로는 조금 분량을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편지인데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아도 생각을 곱씹으면서 쓰다 보면 1시간씩 시간이 지나곤 했거든요.

'생각은 단순하게' (고로 글은 짧게)

정신건강의 첩경에 이르는 모토를 잘 따라보려고 합니다.


그 사람 마음은 그 사람만 압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 마음은 그 사람 것이 분명한데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 카톡으로 생일선물도 보냈어요.

근 2년 만의 연락이었지만

워낙 오랜 세월 알고 지내서 어색할 것도 없었지요.


겉치레 인사를 한 뒤에 안부를 물었는데

대충 대답하게 넘어가는 우리 남자들의 우정.

참 익숙하고도 정겨운(?) 모습입니다.


카톡으로 일 안 하고 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부럽다고 카톡을 보냈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문자로 할 건 아니라 생각해서 나중에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안 받더군요.

몇 시간 뒤에 온 카톡 한 문장.

ㅋㅋㅋ


바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전화를 했는데 싱거운 문자 하나로 퉁치려 하다니.

전화를 했으면 전화를 한 번 할 게 아닌가.

먼저 연락해서 생일 선물까지 보냈는데 괘씸한지고.


내 안에 서운해지려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 이면에는

내 마음대로 안 따라주는 친구의 마음,

그 친구의 마음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마음이 보였어요.


이 서운함을 친구가 알리가 없겠지요.

왈가왈부하기에는 또 너무 거창해지는 것 같아서

물끄러미 카톡 창을 바라보다가 닫았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낮에 시간이 생겨 친구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습니다.

그래도 한때 동거동락하며 친한 사이였는데

겨우 전화 한 통 다시 안 줬다고 삐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근 2년 가까이

친구가 별 소식도 없이 아주 조용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부모님 두 분이 연달아 암에 걸리고

본인은 회사에서 별로 달갑지 않은 일로 퇴사를 하고

거의 1년 가까이 백수 생활을 했다고 하더군요.


마음이 참 심란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친구는 허허거리면서 별다른 내색도 없었지만요.

아 어찌 알겠습니까, 그 사람의 마음.

겨우 카톡 하나, 전화 한 통으로 사람 마음을 재단하려 했다니

혼자 살짝 부끄러워졌습니다.


언제쯤이면 그 사람 마음은

그 사람 것이고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참 머나먼 마음공부의 길입니다.


나의 서운함은 나의 것.

그의 속사정은 그의 것.


내 마음, 네 마음을 잘 분리하고 갈무리하며 사는

내가 되자고 다시 다짐했답니다.


당신은 어떤 일에 서운했나요?

혹시 그 서운함에는 그 사람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있나요?

내 마음 이전에 그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나요?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든

너무 서운해지기 전에, 너무 감정이 크게 자라기 전에

그 사람의 마음을 한 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당신도 나도 오늘 하루

그의 것, 그의 마음은 그에게 돌려주고

내 것, 내 마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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