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주말에는 행사로, 월요일은 새벽부터 일정이 있어서 며칠 만에 청소를 합니다.
아차. 문득 나의 아주 소중한 친구가 사라졌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야 깨닫습니다.
나의 가장 자랑스러웠던 청소무기, 먼지떨이.
아침 청소를 할 때 두 가지 종류의 먼지떨이를 씁니다.
하나는 지상의 물건에 먼지를 터는 먼지떨이.
다른 하나는 계단 바닥에 먼지를 훑어내는 먼지떨이.
먼지떨이로 계단을 청소하면 이점이 많습니다.
빗자루가 들어가기 힘든 난간 기둥 사이를
먼지떨이는 미끈한 물고기처럼 헤치고 들어가
능히 먼지를 훑어냅니다.
먼지떨이로 바닥을 청소할 때마다
먼지떨이와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겠어. 우린 환상의 콤비야.'
그랬던 먼지떨이가 지난주에 운명을 다했습니다.
구석구석 청소가 잘 된다고 하도 휘저었더니
가운데 철심이 똑 부러지며 생명을 다함을 알렸지요.
오늘 새삼 그 먼지떨이가 없다는 걸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청소를) 계속 멈추었다면 안 보였겠구나.
안 멈추면 그제야 보이는 거야.
약간의 상실감을 느끼며 먼지떨이를 애도했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사라지고 나서야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오 나의 소중한 먼지떨이.
기막히게도 이 타이밍에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Air Supply의 Good bye.
I can see the pain living in your eyes.
And I know how hard you try.
You deserve to have so much more.
네 눈에 살아있는 고통이 보여.
네가 얼마나 애썼는지 난 알아.
넌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어.
There's nothing left to say but good-bye.
안녕이라는 말 밖에 남은 게 없어.
잘 가.
네가 없으니 청소가 5분 넘게 늦어지는구나.
너를 기억하라고 Air Supply도 잘 가라고
애도의 노래를 불러주는구나.
너의 존재를 네가 있을 때는 몰랐었어.
먼지떨이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며
사라지기 전에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엄연히 존재하나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고 있던 것들.
내 주위의 사람과 사물이
존재하는 그대로
내 존재 안으로도 존재하게 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도 있으나 있는 줄 모르는 것이 있나요?
보이나 보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당연한 그것이 당연하지 않을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요?
오늘은 더욱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도록
그 존재감을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사라지기 전에
'네 존재를 내 존재 안에 허용해.'라고 말하며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