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마음에 뿌리부터 내려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어제의 애도가 충분하지 않았는지

먼지떨이를 미처 사지 못했습니다.

먼지떨이가 없어서 조금 불편하게 아쉬운 청소를 하면서

먼지떨이의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이리저리 얼마든지 휘어질 줄 았았던 그 녀석은

왜 그렇게 똑 부러져야 했을까?


심리상담을 하면서

마음의 유연함을 참 많이 강조합니다.

강박적이지 않은 마음, 완고하지 않은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든 잘 흐르고 적응할 수 있으니

상처를 쉬이 받지 않으니까요.

그 마음은 오래 상처를 간직하지도 않지요.

특히 요새처럼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은근히 쉴 새 없이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마음의 유연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먼지떨이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유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먼지떨이가 그렇게 쉽게 휠 수 있는 것은

가운데 철심이 단단히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중심이 단단하지 않았다면

유연함은 아무 소용이 없었을 테지요.

유연하기 전에 단단함이 먼저 있어야 한단다,

먼지떨이의 유언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렇구나.

갈대가 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것은

거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릴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동시에 뿌리만큼은

땅에 단단히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뿌리마저 흔들린다면

갈대는 태풍에 먼저처럼 흩날릴 테지요.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뮐쌔.

일단 뿌리부터 단단히 박고 볼 일입니다.

내면의 중심부터 확고히 심고 볼 일입니다.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허무한 삶이 될 수 있겠구나.

자기의 유연함을 다 소진하고

장렬히 전사한 먼지떨이가

그리 경고하는 듯합니다.

'먼저 마음에 뿌리부터 내려요!'


오늘 나의 중심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 삶에 심지 하나 제대로 박고 사는가.

내 마음의 옹이는 야무지게 터를 잡고 있는가.


당신의 중심은 튼튼한가요?

당신의 심지는 언제 흔들리나요?

그 심지를 좀 더 단단히 뿌리박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오늘은 우리

내 삶에 나의 심지를 더욱 단단히 박고

더욱 굳건히 세우면 어떨까요.

얼마든지 유연하게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요.


언젠가 나의 심지가 무럭무럭 자라

그 품 안에 뭇 생명이 편히 놀고 쉬다 갈 수 있도록

아름드리 생명의 나무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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