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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06. 2023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 일찍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7시부터 시작한 청소.


오늘은 왠지 몸이 더 가뿐합니다.

월요일이라서 그럴까요?

월요병이 없는 월요일을 사는 사람!  

현대인의 행복 지수는 월요병의 정도로 측정하면

꽤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에 앞서 청소 음악을 틉니다.

이 공간에도 내 마음에도 늘 산소를 공급해 주는

Air Supply.  

한때 이 시간에도 생산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오디오북을 듣기도 했으나 영 청소할 맛이 나지 않아서

다시 Air Supply로 돌아왔습니다.

MZ세대 끝에 겨우 걸쳐 있는 이 사람에게는

올드 팝송이 제격입니다.


7시 20분.

한참 청소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라는 알람 메시지가 뜨며

송대관의 해뜰날이 들립니다.

아! 오늘은 그날입니다.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물씬 올라옵니다.

전우애로 다져진 우리의 인생 살이.

함께 손 때 마음 때 다 묻히며 살고 있는 이 공간.

이곳을 매일 청소할 수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간절함보다는 감사함을 담아

청소를 하다 말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삼배를 올립니다.


이 공간,

이 책들,

이 의자와 탁자,

집기류와 잡동사니들,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마워요.

내가 청소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살고 있는 님,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그 님의 생신입니다.


그 님을 기억하며

함께 산 세월이 이렇게나 오래됐다는 게

새롭게 느껴집니다.


더불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문득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있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으나

번듯이 지속되고 있는 이 생명.

오늘 아침도 번쩍 눈이 뜨인 이 놀라운 사건.

심장은 여전히 두근대며 나를 살리고 있습니다.


어찌 고맙지 않은지요.

지구별 뭇 생명이 나와 함께 존재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내가 살아있게 합니다.

나 또한 다른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억겁의 윤회 속에서

하늘에서 풀씨 하나가

바늘귀에 사뿐히 내려앉을 확률.

그렇게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뭔가 꽉 찬 듯한 가슴을

청소에 담습니다.

나는 청소에 진심입니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와

나의 님을 꽉 끌어안고 말합니다.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


우리는 비장하고 다정한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당신을 오늘도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대상이 있나요?

그 누구, 그 무엇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일면식도 없는 당신에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이 지구별 어딘가에서

당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당신 덕분에

내 심장도 더욱 신나게 뛰고 있는 걸 거예요.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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