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Mar 02. 2023

어둠은 빛의 메신저예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6시 30분이 안 된 시각. 

어제에 이어 새벽부터 출근해서 

라디오 방송을 하고 난 직후에 청소를 했습니다. 


서점에 들어가며 밖을 보았을 때 

아직 하늘은 깜깜했습니다.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이 듭니다. 

참 반가운 어둠이야. 


어둠이 반갑다니요. 

그 이유는 곧 있으면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어둠이 빛을 보다 선명하게 극명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둠이 빛의 메신저인 셈이지요. 


이런 생각 때문인지 

오늘 청소를 하면서 만난 먼지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어두운 밤처럼 더러운 흑빛 먼지를 보니 

곧 밝고 깨끗해질 공간이 보입니다. 


먼지의 삶이 참 멋지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가 사라진 자리에 

밝고 깨끗함을 선물하는 먼지. 

스러지면서도 아름다운 먼지는 

내 청소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나의 아침 청소를 완성하기 위해 

먼지가 없어서는 안 되겠지요. 

먼지가 너무 깨끗해서도 안 되겠지요. 

먼지는 필히 

새까맣고 더럽고 지저분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청소가 빛을 발합니다. 


먼지는 

스스로 더럽고 지저분한 탈을 뒤집어쓰고 

세상에 깨끗하고 정갈한 질서를 먼저 가리킵니다. 

오늘의 먼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사라진 뒤 곧 있으면 네가 만날 세상은 이렇단다!' 

마음이 참 살뜰한 먼지입니다. 


어둠이나 먼지가 

자기보다 더 큰 빛을 증언했다는 세례자 요한 같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세상에 빛을 던지는 어둠과 먼지의 존재. 


먼지 같은 것들은 빛에 앞서 빛을 가리키는구나! 

어둠은 빛의 메신저구나! 

끝 모르는 시인 같은 상상력에(또는 망상에) 스스로 감탄하며 

오늘은 먼지만큼이라도 살아보자고 생각합니다. 

어둠이 빛보다 먼저 증언하는 

어둠의 전언이자 빛의 메시지를 들어보자고 

마음에 새깁니다. 


당신 안의 어둠은 무엇인가요? 

그 어둠은 어떤 빛을 가리키고 있나요? 

혹시 그 어둠 덕분에 당신 내면이 더욱 빛나는 건 아닐까요? 


오늘 당신도 나도 

내 안의 어둠 속에서 

먼지 같이 미미한 삶 속에서 

맑고 투명한 빛을 캐내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먼지만큼이라도 꼬물거리며 

누구보다도 먼저 

빛을 던지는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둠과 그림자도 나의 일부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