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 인간 전에 신성한 인간으로 살아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매일 하는 청소이지만

매일 의문을 던집니다.


나는 왜 매일 청소를 하는가?

이렇게 청소를 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청소가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효과성을 따지자면

이틀에 한 번씩 청소를 한다든가

하루 걸러 방 하나씩 번갈아 청소를 한다든가

아니면 아예 청소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든가

하는 게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하루 정도 청소를 거르거나

눈에 띄는 부분만 청소를 해도

별 문제가 없을 텐데

나는 왜 매일 열심히 청소를 하는가.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 나무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고 챙기느라

겨우 잎새 하나를 그리고 생을 마감합니다.

하늘나라로 가는 길에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소한 것에 인생을 낭비했다고 꾸짖는 목소리와

주위를 살피며 잘 살았다고 위로하는 따듯한 목소리.


톨킨의 우화 '니글의 잎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평소라면 이 이야기를 이렇게 읽었을 겁니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효과를 생각하고 일을 하라.


어째 나의 청소와는 궁합이 안 맞는 생각입니다.

약간 다르게 읽어 봅니다.


아름다운 일을 먼저 하자.

흔적조차 아름답게 남기는 인간이 되자.


나의 인간다운 면을 보존하는 인간,

내면의 보물을 횃불처럼 드높이는 인간,

효과적이기 전에 신성한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의 청소가 효과적이지 않은 구석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큰 의미나 가치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을 크게 변화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래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청소가

내면의 신성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원래 신성한 것에는

효과를 물을 수도 없고

물어봐야 소용없는 것이기에.

본래 인간의 눈에 쓸모없는 것에서

신성함이 탄생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별일 아닌 청소를 하며

오늘 조금만 더 사람을 사랑하자고

조금만 더 세상을 포용하자고 다짐합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은 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겨우 잎새 하나를 남기더라도

혼신의 힘으로 남기자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더라도

측량할 수 없는 신성함을

삶에 담자고 마음먹습니다.


서점과 상담실이라는

지구의 한 켠을 쓸고 닦으며

지구의 한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며

이 지구에 인류의 유산을 남기는 중일 거라고

웅대한 상상을 하며 청소를 마칩니다.


당신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살고 있나요?

효과적으로 살지 못하고(않고) 있는 삶의 일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혹시 그 부분이 나를 신성하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 나는

효과적이지 못한 부분에서도

신성한 인간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효과와 결과를 논하기에 앞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의 일상에 나만의 신성함을 담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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