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청소를 할 때면 자주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뚜껑이 달린 쓰레받기.
평소에는 뚜껑이 닫혀 있다가
밑단을 발로 살짝 밟으며 몸체를 꺾으면 뚜껑이 열립니다.
그런데 이때 사뿐할 정도로 살짝만 밟아야 합니다.
너무 세게 밟으면 원심력 때문에 다시 뚜껑이 닫혀 버립니다.
버릇처럼 힘주어 밟으면
늘 열리는 듯하다가 도로 닫히는 쓰레받기.
약 올리는 것 같아서 아주 약간 성질이 납니다.
열리는 척하지나 말 것이지.
오늘은 평소의 내 버릇을 인식하고 힘을 뺍니다.
살짝 밟으니
꽃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좀 많이 심심하고 밋밋합니다.
모름지기 뭐든 할 때는 팍팍 시원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힘을 빼고 부드럽게 대해야
수줍은 듯 속을 보여주는 쓰레받기를 보면서
약하게 탄성을 지릅니다.
너 나랑 썸 타니?
그러니까, 힘을 빼고 살라는 거지.
그러고 보니 청소기 돌릴 때도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구나.
청소기질을 할 때도 보통은 바닥을 박박 문질러 댑니다.
그런다고 먼지가 더 잘 빨리는 것도 아닌데요.
왠지 그래야 청소를 제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에서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근육도 평소에는 힘이 빠져 있어야 해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쓰려면 평소에는 부드럽게 이완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정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힘이 들어가지요.
대부분의 순간에는 놀멍쉬멍하가다 필요할 때 힘을 팍 주는 거,
그게 건강한 상태예요.
건강한 근육처럼 건강한 마음도 꼭 그래요."
내 입으로 종종 뱉는 내 말을 되새기며
청소기를 잡은 손아귀의 힘을 풉니다.
밋밋하긴 해도 부드럽게 청소기를 밉니다.
내가 얼마나 힘을 주든 상관없이
청소는 잘만 됩니다.
역시나 실제 효과는
내가 들인 노력과는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데 힘을 빼고
기분만 그럴듯하게 내며
효과는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반성을 합니다.
문득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뼛속이 가볍기 때문이라는 것이 생각납니다.
뼛속이 텅 비어 있기에 날 수 있다고 하지요.
비어 있어야 할 곳이 비어 있고
힘 빠져 있어야 할 곳이 힘 빠져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
새가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 듯
가볍게 살고 싶구나.
꼭 필요할 때만 힘을 주고
그렇지 않은 98%의 일상에서
힘 빼고 가볍게 살자.
뼛속까지 가볍게 살자.
당신은 얼마나 힘을 주고 살고 있나요?
힘을 줘야 할 때와 힘을 주지 않아도 될 때를 잘 구별하면서 살고 있나요?
습관적으로 힘을 줄 때 그 힘 좀 빼 버린다면 어떨까요?
오늘 나는 힘 빼기 연습을 합니다.
얼굴에 힘을 빼고 몸에 힘을 빼고 마음에도 힘을 뺍니다.
청소가 한결 쉽고 즐거워집니다.
정녕 이게 삶이란 말인가.
어쩌면
힘을 뺄 때 뺄 줄만 알면
산다는 건 참 쉽고 가벼운 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