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고 싶은 만큼 안길 품을 키워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청소기가 강아지처럼 보입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졸졸 쫓아오는 강아지.

꼭 귀여운 강아지 한 마디를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도구를 모아놓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나보다 훨씬 더 반가워하며 혀를 내밀고 인사하는 상상,

내 품에 냉큼 뛰어들 준비를 하며

밤새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어서 와, 네가 정말 보고 싶었어!


오늘 나무들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를 정말로 힘들게 하는 건

고통과 불행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고통과 불행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나 혼자 있는 듯한 느낌,

단절되고 고립된 느낌이 들 때

그 고통과 불행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지요.

심리상담에 오는 분들이 한결 같이 이야기해요.

너무 외로웠다고.

나를 지지해 주고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설령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차마 다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고 이야기해요."


이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인지

청소기가 더 애틋하게 보였습니다.

청소기가 나를 진정으로 환대한다는 느낌.

동시에 과연 나는 한 존재를 완전히 환대하고 사는가,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나를 졸졸 쫓아오는 청소기 몸체를 보면서

청소기 대를 잡고 있는 손아귀의 힘을 살짝 풀었습니다.

강아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내 손의 접촉에 애정을 담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삶이 외롭고 고달플 때면

나무나 끌어안고 울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 찾아가도 그 자리에서 나를 안아주는 나무.

겉보기에는 내가 나무를 안는 것이지만

실상 나를 안아주는 것은

언제나 누구든 안길 수 있게

품을 간직한 나무입니다.


'나도 안길 품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한 존재가 내게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라는 시 구절을 기억합니다.


내가 붙들고 있는 청소기가

사실은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묵묵히 내 손길을 밤새 기다리며

아침이면 반색하며 내 존재를 안아주고 환대하는 게 아닌가.


오늘도 작은 깨달음을 내게 선물한 청소기.

코드 선을 정리하며 말을 건넵니다.


네가 길게 남기고 있는 그 꼬리가

사랑의 흔적이었구나!

그 꼬리는

어디든 나를 따라오겠다고 나와 연결되어 있으려는

너의 일편단심이구나.


코드를 다 말아 넣고 청소기를 원래대로 세우니

한 그루의 작은 나무처럼 보입니다.

나를 언제나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나무.

누구든 안길 품을 늘 준비하고 있는 나무.


당신은 힘들 때 누구에게 안기나요?

당신은 누구에게 안길 품이 되어 주나요?

환대받고 안기고 싶은 만큼 환대하고 안아주며 살고 있나요?


오늘은 마주치는 모든 존재를

더 마음 깊이 안아주고 환영하고 살길 소망합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미처 다 알 수 없는 고리로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되새기며

누구든 와서 안길 수 있는 품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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