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원래 오늘은 공식적으로 청소를 안 해도 되는 날입니다.
보통 월요일이면 새벽부터 일정이 있어서
모든 청소를 책방지기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오늘은 일정이 비었습니다.
원래대로 청소를 다 맡길 것인가,
양심껏 함께 청소를 할 것인가.
잠시 고민이 됐지만
청소를 하기로 선택합니다.
함께 청소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꾼의 중요성.
확실히 혼자서 청소를 할 때보다는 기운이 납니다.
사람이 한 명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청소기를 책방지기에게 양보하고
나는 빗자루를 선택합니다.
청소기를 돌리는 것보다는
빗자루질이 힘도 더 들고 불편하지만
문득 중요한 것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중요한 건,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어린왕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가만 보니
빗자루를 쓰든 청소기를 쓰든
청소가 잘 되든 잘 안 되든
그런 것은 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이 시간 내가 없어도
책방지기는 혼자서 청소를 했을 터입니다.
예정에 없이 내가 등장해서
한 사람의 몫이 둘로 나뉘니 일은 수월해졌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존재하는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일감을 나누는 것보다
누군가가 곁에 존재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도움입니다.
내가 당신의 '일'을 돕는 거야. 그러니 나에게 고맙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 생각을 이렇게 바꿉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있는 거야.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이렇게 생색낼 게 없는 마음, 바랄 게 없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선회합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를 다하는 것이지
존재함으로써 무언가 가치를 더하거나 빼는 게 아니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소중한 것은 아닐 거야.
어린왕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나는 상대에게 존재로서 존재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 나에게
너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냐고 증명하라고 한다면
어이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차분히 하고 그 질문에 답하자면
'측정할 수 있는 무언가로 드러난다면 그건 내 존재는 아니야.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야.'
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존재보다 앞서 생각하며 사는 게 있나요?
다만 누군가에게 존재하고만 있어도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더 본질적으로, 나는 나 자신에게도 존재하고 있나요?
오늘은 모든 일에 앞서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모든 것에 앞서 존재를 먼저 보고 싶습니다.
그와 나 사이
그것과 나 사이
은근한 기쁨과 사랑과 우정이
충만하게 울려 퍼지길.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되새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