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 상담 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부터 몽롱했던 오늘의 청소.
어제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일을 정리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난 터라
기상 후 3시간이 지난 아침 7시에는
몸이 다시 잠을 요구합니다.
흐릿한 정신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뭘 이렇게 피곤해하면서 매일 청소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래서 더욱 담담하게 수행하는 기분으로,
명상이란 본디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냥 꾸준히 하는 거라는 가르침을 떠올리며
오늘의 청소 수행을 마쳤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유리문 너머 주차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명함 쓰레기가 보입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왠지 마음이 걸립니다.
마음이 내게 말을 겁니다.
피곤해하면서도 묵묵히 오늘의 청소도 마쳤잖아.
근데 저거 정말 안 주울 거야?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멈춥니다.
가던 길을 돌아와서 명함을 줍습니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 테이크아웃 커피잔, 비닐 쪼가리도 함께 줍습니다.
아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가 이렇게 하고 있기에
이 세상이 오늘도 무사한 거구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하는 것.
투덜거리던 나를 반성합니다.
왜 조회수가 안 나오는 거야.
왜 댓글은 아무도 안 다는 거야.
브런치니 라디오니 블로그니 해서 뭐해.
청소는 해도 별 티도 안 아는데 뭣하러 해.
이런 칙칙한 생각의 구름에 싸여
미처 알지 못했던 것.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며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명함 쓰레기를 보고
기어이 뒤돌아서 줍고 말았듯이.
나라는 인격의 그릇이 가득 차면
그 '때'라는 것이 올 거라는 것을
까막눈처럼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미미하고 성과도 없어 보이는 것,
바닥에 나뒹구는 명함 조각 같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누군가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가 있겠지요.
누군가는 얼른 손을 내밀어 붙잡고 싶을 때가 있겠지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하나 그러한데
내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들이
어찌 아무 소용이 없겠어요.
명함 하나 주우며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행위가
오늘 내 삶의 퍼즐 한 조각을 맞추었습니다.
전체 그림이 지금은 비록 안 보일지라도
이 꼼지락거림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미미한 진전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떻게 꼼지락거리고 있나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만두려다가도 계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사실은 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면 그는 누구일까요?
오늘 나는 시야를 넓혀 봅니다.
완성되지 않은 오늘의 모습에 나를 가두지 않기로 합니다.
어떻게든 꼼지락거리고 있는 나와 당신을 떠올려 봅니다.
아무도 안 지켜보는 것 같을 때
누군가는 남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도 작은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