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 상담 센터를 청소했습니다.
거리에 나오니 밤새 비가 온 것 같습니다.
바닥이 젖어있고,
내 마음도 젖어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우울합니다.
청소고 아침편지고 다 그만두고 싶지만
우울할 때는 우울한 맛으로 살아보기로 합니다.
우울할 때 청소를 하면 어떤 맛이 날까.
우울할 때 글을 쓰면 어떤 글이 될까.
우울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다 뭔 소용이지? 다 쓸모없는 짓 아냐?'
존경하는 노 선생님(노자)께서는
내가 이럴 때를 위해 큰 말씀을 남겨 놓았습니다.
쓸모가 없는 것에서 쓸모가 탄생한다.
그렇지요.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는 법인데
나는 왜 내 인생에 자꾸 쓸모와 소용을 따지는가.
평소라면 고상하게 이쯤에서 생각을 정리했다고 하겠지만
오늘은 내면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울한 걸 어쩌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청소를 했습니다.
비도 오겠다 먼지도 잘 안 보이지만
축축한 공기를 뚫고 눅눅한 바닥을 쓸었습니다.
오늘따라 Air Supply의 노래가 서글프게 들립니다.
그동안은 진심을 다해 나를 위로하는 듯했는데
오늘은 같이 울자고 합니다.
산소 공급 대신 눈물바다를 만들자고 합니다.
꾸역꾸역 청소를 하지만
이미 무언가 무의미의 우주를 배회하며
조각조각 흩어진 기분이 듭니다.
조각난 기분,
조각난 마음,
조각난 하루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조각난 것을 떼내어 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노 선생님 같은 목소리가
마음의 우주 저 끝에서 들립니다.
티끌 모아 태산.
작은 먼지가 뭉쳐서 엄청 크게 되지 않니?
그러니까 조각난 마음도
결국엔 완전함을 이루는 바탕이 되겠지.
아뿔싸.
그로기 상태에 빠지려고 하는데
정신 차리라고 어퍼컷을 한 대 맞습니다.
오늘의 청소도 그런 의미가 있겠구나.
무의미에서 의미를 건지는 창조적 인간이여!
킨스키 도자기 공예가 생각납니다.
부서진 조각들을 모아 붙여서
처음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킨스키.
완전함이 부서지고 난 후에
그 상처를 이어 붙여 탄생하는 온전함.
이어진 틈으로 피어나는 화려한 금꽃무늬.
우울한 나의 청소.
우울한 나의 하루.
조각난 마음 틈새로
그럼에도 기어이 어제와 내일을 이어 붙인 오늘.
내 삶도 역시 아름다운 금꽃으로 피어나리.
우울하고 무의미해 보였지만
그 가운데에도 조각난 마음을 섬세하게 이어주며
오늘도 청소를 마쳤습니다.
당신은 우울할 때 어떻게 하나요?
조각난 마음이라도 이어 붙이고 있는 게 있나요?
먼 훗날 이 조각들이 모이면 어떤 킨스키가 될까요?
오늘은 우울한 마음에
조각난 생각들로 조각나려는 글을
하나의 무늬로 이어봅니다.
오늘 나의 조각난 마음들이
빗속에서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 마음조차 온전히 내 품 안에 머물며
나를 완성시키는 도자기 조각 하나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