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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Jan 21. 2022

심리상담 효과 연장하기

한풀이에서 그치면 많이 아쉽다.

처음에 심리상담을 받으면 대개 말 못했던 것을 말하면서 속이 후련해집니다.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지요. 거기에다가 심리 전문가가 잘 들어주니까 든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런 것은 어디에서 누구와도 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그 시간에 내가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면 전문가가 들어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 처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잘 들어주는 아주 단순한 일이니까요. 그것은 마음이 열린 사람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입니다.


상담사가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시간 때문에 상담 시간이 참 좋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이 효과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구하기 힘든 것들을 상담 관계에서는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방금 이 문장들을 눈 크게 뜨고 다시 볼까요? 상담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나는 그것을 '받는다'는 식으로 되어 있지요. 단순하게 보면 내가 원하는 좋은 것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이 좋게 느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받기 때문에 좋다.'

심리상담 초기에 느끼는 효과는 이런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받는 구조 안에서의 만족감. 그것은 불완전한 마음의 평화입니다.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방식이지요. 현실은 여전히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요구할 테니까요. 어느 순간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해, 공감, 위로 등을 받는 것을 넘어서 원하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받게 되는 일상에서도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도록 심리 기술을 익혀 나가야 합니다.


심리상담이 진행되면 저절로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상담사도 아주 서서히 성장을 위한 방향을 암시하겠지만 나 스스로 먼저 성장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 길 외에 진정한 평화의 길은 없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심리상담을 받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는 나 자신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초기에 느꼈던 심리상담의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내가 성장해야 합니다.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모해나가야 합니다. 남에게 받기 원했던 것을 나 스스로에게 주기. 이 연습을 하는 것이 심리상담 효과를 연장하는 방법입니다. 나 스스로에게 주는 연습이 차곡차곡 쌓이면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마음의 평화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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