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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Jan 27. 2022

마음 고통의 끝자락에 있는 것

핵심신념은 한 문장일 뿐이다.

심리상담에서는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때 했던 생각, 느꼈던 감정 등을 두루두루 이야기합니다. 그때 속상했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그 마음을 꺼내 놓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이야기의 끝에 문득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이다.'


마음의 끝에는 항상 이것이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정의, 평가, 판단. 거기에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 생각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에서 속내를 계속 꺼내다 보면 단지 그 경험이 힘들었어서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사건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픈 이유는 내가 나를 어떤 틀에 가두어 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나도 모르게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자친구가 요새 연락을 잘 안 받는 걸 보니 내가 싫어졌나 보다. 내가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뭘 잘못했지? 아 자꾸 연락을 재촉하는 게 문제긴 하지. 재촉하면 더 싫어할 걸 알면서도 자꾸 그런다. 나는 이게 문제다. 하지만 연락이 안 되면 너무 불안한 걸. 그러고 보니 매번 이런 식인 것 같다. 역시 나는 의존이 너무 심한 사람이다.'

짤막하게 썼지만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 화자의 경우 생각의 끝에 '나는 의존이 너무 심한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 정의, 평가, 판단을 내린 것이지요.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고통이 계속 연장될 수밖에 없지요?


생각은 결론을 내고 싶어 합니다.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자기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반복해서 하면 자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자기 정체성으로 받아이게 됩니다. 나를 정의하는 그 한 생각, 한 문장은 점차 핵심신념이 됩니다. 그고는 그 틀에 맞추어서 세상을 바라보고 내 경험을 해석하게 되지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의 고통 속에 빠져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 핵심신념 때문입니다.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인 쪽으로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상담 중에 많은 내담자들이 심리적으로 오도 가도 못하게 걸려 있는 지점이 이 지점입니다.


여기까지 조금 딱딱한 얘기를 늘어놓았으니 금부터 희망의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핵심신념이 단 한 생각, 단 한 문장에 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를 가두고 고통에 옭아매는 것이 단지 한 문장으로 요약된 하나의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딱 한 문장이 지금까지 고통을 연장시켜 왔다니,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그 한 문장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가슴에서부터 이해가 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납니다. 유레카! 고통의 끝이 보인다!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요약하고 있나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보고 있나요? 그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다면 이제 그 생각을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내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볼지는 내 마음입니다. 그건 내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내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지 말지도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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