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하기 싫을 땐,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새벽 기상이 늦었습니다.

일어나니 벌써 5시 20분.


일이 꼬입니다.

어쩌지, 심리학 책을 정한 대로 읽어? 말아?


생각은 제쳐두고 하기로 한 대로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합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생생한 트라우마 회복 이야기.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지혜,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참 흥미롭습니다.

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습니다.

역시 하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아뿔싸.

시간을 보니 지금쯤 나무둘 라디오 준비를 거의 마쳤어야 합니다.

어쩌지, 오늘 라디오를 진행해? 말아?


생각은 제쳐두고 하기로 한 대로 합니다.

책을 얼른 덮고 서둘러 씻습니다.

라디오 방송 세팅을 마칩니다.


라디오를 하며 새벽부터 사람들과 소통을 하니

입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고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역시 하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오늘의 라디오 내용을 홈페이지에 포스팅합니다.

오늘 내용과 관련 있는 숭산 스님 이미지를 찾다가 시간이 훌쩍 갑니다.

벌써 시간이 7시 10분을 향해 갑니다.

원래 청소의 1/3은 끝났을 시각.

어쩌지, 평소와 똑같이 청소를 해? 말아?


생각은 제쳐두고 하기로 한 대로 합니다.

컴퓨터를 원위치하고 청소도구를 챙깁니다.

습관대로 몸이 알아서 착착 움직입니다.


문을 열고 환풍기를 돌리고 먼지를 텁니다.

어제 강풍으로 평소보다 많이 쌓인 먼지와 나뭇잎을 씁니다.

깨끗이 청소되는 공간을 보니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는 느낌이 듭니다.

역시 하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

오늘 나무둘 라디오에서도 언급한 숭산 스님의 말씀.


요새 말로 쉽게 바꾸면 이렇습니다.

생각하지 마.

몰라도 돼.

알려하지 마.

그냥 해.


김연아 선수도 말했지요.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대저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합니다.


오늘 나도 도의 능선을 탑니다.

귀찮고 하기 싫은 고비마다

생각이 개입되어 멈추고 싶을 때마다

그냥 정한 대로 합니다.


청소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제의 비바람이 쓸고 간 하늘이

맑고 화창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드는 햇빛이

참으로 싱그럽습니다.


이것이 신의 메시지가 아닌가,

하늘에 감사하며 잠시 겸허한 마음이 듭니다.

어제는 회색빛 우중충한 먹구름이 끼었어도

오늘은 어김없이 맑은 해가 다시 뜨는 것.

비록 한 발 늦었더라도 흐트러지지 않고

정한 대로 정한 일을 해낸 나에게

신이 자연이 세상이 쓰담쓰담

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귀찮고 하기 싫은가요?

그럼에도 오늘도 해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해 낸 당신에게 세상은 뭐라고 속삭이나요?


어제의 강풍이 지나간 뒤

오늘의 탁 트인 하늘을 보니 마음도 활짝 열립니다.


이 상쾌한 아침에

달리 무슨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은 제쳐두고 하기로 한 대로.

역시 하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오늘 할 일을 하고 오늘의 청소를 마치며

내 생각과 고민을 구름처럼 떠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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