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의 거울. 마음의 투사를 거두어들여요.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공기가 눅눅합니다.

강풍주의보가 예보되었다더니

새벽부터 비바람 냄새가 느껴집니다.


바람을 뚫고 번개 같은 사람이 지나갑니다.

형광빛 밝은 주황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 아저씨.

아주 잰걸음으로 순식간에 쓰레기를 주워 담습니다.

집게가 쓰레기를 스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커다란 파란 비닐봉지에 척척 담깁니다.

마술사의 마법봉처럼 아저씨의 집게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습니다.

주황색 조끼가 더 반짝입니다.


나도 한 차례 계단을 쓸고

카펫을 털러 밖으로 나온 터.

괜히 동료 의식이 느껴집니다.

그분과 나,

세상사람들에게는 없으나

우리 둘에게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먼지와 쓰레기.

그리고 그것들을 고이 담은 물건, 쓰레기봉투와 쓰레받기.

지금 이 시각

이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몹쓸 직업병이 도집니다.

모든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기.


마음을 다루는 좋은 관점 중에 하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나의 투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

내가 느끼는 모든 것,

이 모든 것을 내 마음의 반영으로 보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있던 것이

바깥으로 비추어진 것일 뿐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시기, 분노, 열등감이든

사랑, 지혜, 환희심이든

바깥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본래 나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오늘은 계단을 쓰는데

먼지가 잘 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좋았습니다.

쓰레받기 안에 수북한 먼지를 보니

청소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세상의 먼지를 쓸어 담는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던져놓았던 마음의 오물을 주워 담는 것.

내가 세상에 투사한 것을 내 힘으로 도로 회수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찌꺼기를 말끔하게 내가 치우는 것이지요.


환경미화원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그분은 세상의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자기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세상에 던져 놓은 투사를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척척,

쓰레기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며

세상이 원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가지런히 정돈되게 합니다.


쓰레기를 청소하면서

나는 내가 세상에 뿌려댄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내 안으로 다시 불러들입니다.

세상에 묻힌 내 마음의 때를 벗겨냅니다.

세상을 본모습 그대로 맑고 화창하게 합니다.


오늘 나는 청소를 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욱 내 마음이 투사한 것들을 쓸어 담고

맑은 거울처럼 명징해집니다.


세상은 평화롭습니다.

내가 어떤 때도 묻히지 않을 때에는.


곧 비가 내릴 듯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이 비바람에 세상의 때도 맑게 씻기겠지요.

그리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뜨겠지요.

전보다 더 맑고 더 환하게.


당신은 바깥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나요?

혹시 그것이 내 안에 있던 것은 아닌가요?

내가 먼저 투사를 그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 나의 청소는

세상에 투척한 내 마음을 쓸어 담습니다.

나의 투사를 거두어들입니다.

평소보다 더욱 고요해집니다.


밖에서 안으로, 가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나온 것들.

예수의 사랑과 붓다의 지혜 역시

내 안에 있었음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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