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약간 느슨해지고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충분히 게을러도 좋지 아니한가.
노자의 무위자연을 떠올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뭇 생명을 돌보는 자연의 섭리를
제멋대로 견강부회하며 게을러지고 싶었습니다.
원래도 잠이 적은 사람은 아닌데
며칠 새벽 3시에 일어났더니
오늘은 몸이 더 많이 투덜댑니다.
의식이 몽롱하고 몸이 항거해서
3시에 깼지만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습니다.
결국 새벽 4시 기상.
정해놓은 대로 심리학 책을 읽고 또 읽다가
둥근 해가 뜨는 아침 7시가 됩니다.
남들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시간에
벌써 졸리기 시작합니다.
졸리지만 이제 와서 잘 수도 없으니
일단 청소를 하러 나섭니다.
루틴은 이래서 좋다고 하나 봅니다.
약간 흐리멍덩한 상태로 청소를 하면서
별별 생각이 듭니다.
유명인사들이 튀어나와 한 마디씩 합니다.
백종원.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하고 있자니 비참하지요?
내가 이렇게 외롭게 노력하면서 악이 받치면 그게 바뀌어요. 진짜 악으로.
에이씨 어흐. 내가 이걸 계속해야 되? 정말 못해먹겄다. 그쵸?
진짜 나쁜 말로 악에 받쳐요. 진짜로. 악 받쳐 봤어요?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악이 필요해요."
미 해군대장.
"만약 당신이 매일 아침 침대 정리를 똑바로 한다면, 당신은 하루의 첫 과업을 완수한 것입니다. 작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당신이 다른 과업을 해내는 데에 용기를 줄 것입니다. 계속해서 또 다른 과업을 할 수 있도록. 하루가 끝날 때쯤엔, 그 하나의 완료된 과업이 여러 개의 완료된 과업들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침대를 정리하는 것은 또한 작은 것들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만약 작은 일들을 해내지 못한다면, 절대 큰일들도 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비참한 하루를 보냈다면, 집에 왔을 때 침대가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볼 것입니다. 당신이 정리한 그 침대입니다. 그 정리된 침대는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고, 당신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지인
"올해 네 바람은 뭐야?"
이런 이야기들이 짬뽕되어
천둥처럼 머릿속에 울립니다.
너 지금 진심으로 청소하고 있니?
청소에 진심을 담아!
원래 객사할 운명도 바꾸는 방법인 개운법에도
소식, 기도, 청소가 등장합니다.
청소는 단지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청소에는 운명을 청소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올해 내 바람은 진심으로 청소하는 거야.
내 운명을 청소하는 거야.
지인에게 이렇게 답하고 싶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지난 토요일에 들었던 강연,
산티아고 라이프 스타일의 저자 전승연님.
4번이나 산티아고를 걸은 그분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산티아고 라이프스타일의 첫 번째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 그렇지.
인생의 목적과 방향, 내 운명을 살아가려면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그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이렇게 정리됩니다.
모든 것은 청소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하루의 시작을 청소로 말미암는 것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라도 할 수 있는 것.
모든 수단이 차단된 것 같을 때도 할 수 있는 것.
거대한 사회에서 내 존재를 찾기 힘들고 인생이 무기력할 때도 할 수 있는 것.
청소.
청소는 그야말로 내 운명을 닦는 일입니다.
이 가장 단순한 행위는 내 영혼을 살리는 일입니다.
청소는 나답게 가장 행복하게 살기 위한 초석을 놓는 일입니다.
이쯤 되자 문득 청소가 고마워집니다.
내가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가 나를 초대하는 것이구나!
오늘도 나의 청소를 마무리하면서
벌써 이만큼의 하루를 산 나 자신을 보며
약간 용기가 납니다.
당신은 무엇에서 용기를 얻나요?
당신의 진심을 담은 일은 무엇인가요?
결국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그 사소한 일은 무엇인가요?
나는 매일같이 청소를 하면서
내 나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있습니다.
나의 청소 라이프스타일.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상 끝날까지 청소를 하자고 마음먹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