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람대로 되는 게 완벽한 게 아니야.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새벽에 나왔더니 약간 어둡고 공기가 눅눅합니다.

몸이 뻐근하고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부상당했던 어깨가 더 시큰거립니다.


덩달아 괜히 청소기가 미워 보입니다.

무겁고 오래된 우리집 구식 청소기.


내 청소가 힘든 건 다 너 때문이야.

속으로 이런 푸념이 나옵니다.


우리집 청소기의 흡입구는

이음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뻗어 있습니다.

몸체에서 호스로, 호스에서 흡입구까지 연결된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날개처럼 펼쳐져서 자유롭게 구부러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흡입구 날개가 접히는 구조라 좁은 구석까지

청소기를 들이밀고 먼지를 잘 빨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운데 이음새에는 흡입구가 없으니 아쉬운 부분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청소기를 민 자리에는

늘 청소되지 않은 부분이 함께 있는 것이지요.

청소를 했음에도!


이것이 인생이구나.


불평 대신

자조적 한숨 대신

적나라한 사실을 내뱉습니다.


인생은 원래 완벽하지 않은 거지.

청소를 하니까 청소 안 된 부분도 있는 거야.

청소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먼지 하나 없게 만들 수도 없는 거잖아.


매일 새벽 일어날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고

아침마다 눈부신 해가 반짝 뜨면 좋겠지요.

청소를 할 때마다 가뿐하면 참 좋겠지요.


하지만 어떤 날은

어깨가 무지 쑤시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청소마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삶이구나.

인정하기로 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것의 반대편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티베트 불교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 생에 태어나기 전에 우리는 이미 다 알고 계약을 하고 온다지요.

이번 생은 어떤 부모에게 태어나 어떤 삶을 살 거야.

이런저런 조건인데 어때? 계약할래?

싸인하고 오케이 하면 환생이야.

콜?


그래서 태어난 인생.

내가 싸인하고 콜 했으니 물리지 않기로 합니다.

이번 생은 이 조건대로 잘 살아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죽는 날까지는 살 이번 생.


거부하고 지옥처럼 살 것인가?

인정하고 천국처럼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내면의 소리가 오가는 와중에

나는 과감히 선택을 합니다.


좋아, 이것도 좋아.

받아들이겠어.


그러자 머릿속 안개가 걷히고

마음속에 서광이 비칩니다.


청소가 된 만큼 청소가 잘 된 거야.

그리고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거야.

청소가 안 된 만큼 청소가 안 된 거야.

그리고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거야.


뭐지?

이 희한한 명징함은?


명상을 한참 할 때 느꼈던 그 느낌이 찾아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뭐가 어쨌든 아무 문제가 없는 느낌.


산뜻한 느낌에 정신이 조금 더 맑아집니다.

이 감각에 전두엽이 협조하며 말을 건넵니다.


완벽은 상상 속의 산물이야.

네 생각이 완벽한 게 아니라

네 바람대로 되는 게 완벽한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 펼쳐지는 현실이 완벽한 거야.

늘 언제나 그런 거야.


좋구나!

오늘의 청소는 된 만큼 완벽하게 된 것,

안 된 만큼 또 완벽하게 안 된 것.

이게 완벽일세.


나는 지옥문으로 들어가려다가

마음대로 안 되는 청소를 하며 천국문을 다시 엽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펼쳐지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은 꼭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신만의 바람이 있나요?

그 바람대로 안 될 때 현실은 뭐라고 말을 건네고 있나요?


오늘 나는

나의 바람을

바람에 떠나보냅니다.


청소를 한 뒤

몸은 더 무겁고

아침부터 땀이 날 것 같지만

이 또한 완벽하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오늘은 내게 주어진 모든 현실을 사랑해 보겠습니다.

이게 내가 유일하게 가진 이번 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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