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가뿐한 하루였습니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라디오 준비를 끝내고
제때 라디오 방송을 마치자 6시 50분이 안 된 시각.
원래대로면 보통 7시에 청소를 시작하니
10분 이상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 순간 놀라울 정도의 여유로움.
출근도 10분만 일찍 길을 나서라는 이유가 실감이 났습니다.
잠시 책을 읽을까 생각을 하다가 10분 일찍 바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느껴진 생경함.
이런 적이 별로 없다는 게 인식됐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늦잠을 자고 자꾸 늦어지는 게 약간 불만이었습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서 일과대로 독서와 라디오 방송을 하고 나면
청소 준비가 10분 이상 늦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희한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미 늦었는데 뭐든 더 열심히 합니다.
더 강박적으로 열심히 하다가 더 늦습니다.
샤워도 열심히.
청소도 열심히.
글쓰기도 열심히.
어딘가 전투적으로 임하는 태세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회하려는 심사가 끼어 있습니다.
보상하고 만회하려는 마음,
변명하고 해명하려는 심리적 태도가 있습니다.
거기에 물들어서 괜히 전투적으로 열심히 합니다.
그리하여 일은 더 늦고 꼬이고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주식으로 치면
제때 손절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끝없이 물타기를 하다가
끝끝내 그것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큰 손실로 마무리하는 꼴.
오늘 느긋한 한가함 속에
그 대비를 더욱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고작 10분의 차이인데도 마음의 생사가 이렇게 갈리는구나.
한 번만 제대로 회복하면 된다고
기를 쓰고 '열심히' 베팅하는 건
도박꾼과 다를 바가 없구나.
열심히 한다는 것은 그런 속임수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역전의 용사 같은 건 영화 속에나 있는 거야.
이 놀랍도록 생생한 한가함을 보라.
나는 오늘 10분 일찍 시작한 청소가
다른 날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별 노력도 없이 어느새 청소가 끝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청소가 끝난 후 이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고 산뜻합니다.
청소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인생은 원래 쉬운 게 정상이다.
인생은 원래 큰 노력이 안 들어가야 정상이다.
너무 힘을 들이고 있고 애쓰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크다.
'노오력'하고 있다면 쉬운 길을 너무 어렵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당신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열심히 하는 그 마음 이면에는 무엇이 있나요?
혹시 그 마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 삶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나는 오늘도 청소를 하며 인생을 다시 배웁니다.
이르면 이른 대로 이르게 가면 좋다는 것을
늦으면 늦은 대로 느리게 가면 좋다는 것을
애쓰지 않아도 꽃은 언제나 제 계절에 핀다는 것을
자연은 보상하고 만회하고 변명하고 해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은 원래 쉬운 게 정상입니다.
노오력 없이도 삶은 단순하게, 언제나 있는 그대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