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요새 계단을 쓸 때 풀씨가 많이 날립니다.
나풀나풀 날리는 풀씨를 보면
약간 성가신 느낌이 듭니다.
평소처럼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면
오히려 허공을 둥둥 떠다니면서
쓰레받기를 잘도 피해 다닙니다.
두둥실.
내 생각도 공중부양을 합니다.
매일 청소를 한답시고 생색내는 내 모습.
아마도 서점 입장에서는 풀씨 같을 수도 있겠구나.
동분서주하며 성가시게 굴며
촐싹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막 날아다니는 풀씨들을 빗자루로 꼭 누릅니다.
지그시 누른 채 쓰레받기까지 끌고 가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담아 넣습니다.
조금이라도 속전속결하려 하면
나풀대며 도망가 버리기에
꾹 눌러 담습니다.
내 인생살이를 돌아봅니다.
바쁘게 촐랑대며 진정성을 담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
입으로 글로 나불대며 둥둥 떠다니며 살고 있지는 않나.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능한 빠르게 가능한 많이 처리했던 일들.
거기에는 내가 깊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많은 일을 해낸 것 같지만 오히려 공허하다는 것을 압니다.
공허하지 않으려 촐랑촐랑 나불나불 까불다가 더 공허해지는 역설.
마치 다 우리지 않은 차를 성급하게 들이켜듯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거기에는 내가 해낸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정작 '나'는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풀씨를 꾹 눌러 담으며 내 가슴에 대고 말합니다.
하루하루 내 삶에 내 존재를 잘 눌러 담고 싶다.
나만의 향기가 묻어나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청소조차 우아한 몸짓이 되길!
마치 붓글씨의 마지막,
화선지에서 붓을 뗄 때까지 신중히 하듯
눈을 크게 뜨고 풀씨를 끝까지 쓸어 담습니다.
쓰레받기 안에 옹기종기 담긴 풀씨가
제자리에 터를 단단히 잡은 씨앗처럼 보입니다.
당신은 무슨 일로 바쁘게 사나요?
혹시 바쁘게 살면서 자기 마음을 담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마음을 기울여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면 어떻게 다르게 살고 싶나요?
오늘은 조금 더 우아하게 살기로 합니다.
숨도 더 깊게 쉬고 몸짓도 더 천천히 하고.
다도를 할 때 깊은 차 향을 음미하듯
나라는 존재를 눌러 담으며
내 삶에 기품을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