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사랑을 해요.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청소가 너무 쉽게 빨리 끝났습니다.

청소를 마친 후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 넘은 시각.

결코 평소보다는 이르지 않습니다.

어라 그런데 뭐지, 이런 여유는?


가만히 돌아보니

청소가 쉽고 빨랐던 이유는

다름 아닌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웬 뚱딴지같은 사랑인가.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요?

인류사에 사랑 이야기가 빠지면

아무것도 진행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골치 아픈 인류의 난제인 '사랑'.


과연 나는 정말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오늘 청소 전에 진행한 나무둘 라디오에서도

'사랑'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선하게 재발견한 '사랑'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사랑한다는 것.

줌으로써 그 즉시 완전해지고 충만해지는 것.

어떤 대가도 효과도 결과도 바라지 않고 주는 것.

주고 또 주면서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아 나오는 것.

나에게서 나와서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 향기를 타인에게 선물로 주는 것.


진정 사랑은 타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 철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대가를 바라고 주는 것은 뇌물이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오늘 나는 청소를 하면서

이곳에 올 고객조차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소를 열심히 했지만

손님이 구석에 박힌 먼지를 끝내 찾아내서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그의 자유입니다.

수시로 듣는 이야기이지만

손님이 지하에 이런 예쁜 공간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감탄한다고 해도 그건 그의 자유입니다.


비난을 해도 칭찬을 해도

그것은 그의 자유,

타인의 비난을 하든 칭찬을 하든

그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자유입니다.


오늘 이곳에 올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나의 청소는

그야말로 사랑이었습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대체 불가능한 나의 사랑.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도를 도라고 부르면 도가 아니고,

이름을 이름이라 부르면 이름이 아니듯

사랑을 '사랑'으로 짓지 않습니다.


오늘 이곳에 올 그 누구도 떠올리지도 않고

어떤 대가도 효과도 결과도 바라지 않고

단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청소를 함으로써

청소는 대체 불가능한 완전한 사랑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일이 어떻게 될까 봐 신경을 쓰고 있나요?

그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만일 지금부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자유마저 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오늘 사랑하기로 합니다.

내가 요구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나 자신에게 주기로 합니다.


나에게서 나와 나에게 돌아올 사랑의 향기를

타인도 마음껏 취하도록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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