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청소 전부터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새벽에 글을 쓴다고 아이디어를 모아 놓은 메모장을 열었다가 그만,
조금 과장해서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언제 실현하지?'
그 아이디어들이 둥실둥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채로 청소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면 뭐 하나,
어차피 실행할 수 있는 건 몇 안 될 텐데.
이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인생이 나의 청소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 오늘 시간이 없어서 다 청소할 수 없고 딱 한 군데만 청소한다면 어디를 청소할래?
나 : 말해서 무엇해요. 당연히 상담실.
내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걸 알고는 인생이 살짝 질문을 틀었습니다.
인생 : 좋다. 그렇다면 딱 1분만 주어진다면 어디를 어떻게 청소할래?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이런 답을 내립니다.
나 : 청소를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단 1분이라면 청소를 멈추고 삼배를 올리겠습니다.
나의 대답에 스스로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삼배를 올렸습니다.
단 1분만 청소를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내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바라볼 터입니다.
1분 동안 내 삶의 마지막 장소인 듯 지그시 바라보다가
내가 머물고 있는 바닥 한 칸을 위해 기도할 터입니다.
그 기도발이 다음에 이곳에 설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물리적인 청소보다는 마음의 청소를 먼저 할 터입니다.
이런 대화 끝에 청소를 안 하겠다는
아주 합리적인 만용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청소를 끝까지 마쳤습니다.
마음의 청소는 물리적인 청소로 표현되기 마련이니까.
허튼 수를 부리지 않고 인생의 질문에 쓸고 털며 몸으로 답했습니다.
그러자 폭발할 것 같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머리도 좀 잠잠해지고
다시 뭐라도 하나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게 별 것 아닌 청소 덕분입니다.
당신은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과 아이디어가 있나요?
그중 딱 하나만 실행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려나요?
그 하나를 실행하는데 딱 1분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려나요?
오늘은 딱 하나만 제대로 실행하기로 합니다.
딱 1분씩만 온전하게 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