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몸을 씁니다.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다가

먼지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 생각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머릿속의 수많은 생각들처럼

바닥에 수없이 많은 먼지들.


생각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가 ~한 생각을 하고 있네.'

이게 끝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을 다루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고 있기만 해도

생각은 아지랑이처럼 자취를 감춥니다.


할 일은 오직 하나,

끈질기게 알아차림!


내 생각처럼 부유하고 있는 먼지들.

내 생각처럼 두서없이 떠다니는 먼지들.

내 생각처럼 끝 모르고 일어나는 먼지들.


생각 같은 먼지들을 바라보면서 알아차림 신공을 발휘합니다.

잠시 청소기를 멈추고 눈을 크게 뜨고 알아차립니다.


저기 먼지가 있구나.

너는 그런 먼지구나.

사라져라 얍!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알아차리기만 하면 생각은 사라지는데,

먼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계속 우아하게 나풀거립니다.


나 여기 있지롱!


먼지가 떠다니는 현실세계.

가상현실이 아닌 이곳에서는

몸을 써야 한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메타버스에서는 포맷 한 번 하면 끝이겠지만

이곳에서는 빗자루질을 한 번 두 번 수도 없이 해야

먼지가 사라집니다.


아무리 알아차림이 좋은 것이고

아무리 분명하게 알아차려도

먼지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몸을 써야 합니다.

아주 정직하게

한 땀 한 땀.


현실은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구축됩니다.

심리상담사라고 별별 심리기술을 현실에 쓰고 있다가는

먼지만 쌓일 뿐입니다.

아주 정직하게

한 움큼 한 움큼.


알아차림은 그만두고 빗자루질을 합니다.

아주 정직하게

한 번 두 번.

몸을 씁니다.

청소가 끝납니다.

먼지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알아차리고 사나요?

알아차리고도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요?

알아차린 대로 조금이라도 실천하면 삶이 어떻게 변할까요?


나는 오늘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림만으로는 삶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린 대로 몸을 쓰면

현실이 나아진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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