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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스님의 방법

by 나무둘

경주마 훈련


11분 안에 최대한 빠르게 글을 쓴다.

자유롭게 연상되는 대로 쓴다.

철자나 맞춤법, 논리 등은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단어들을 조합하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용사와 명사를 조합하자.

이상한 문장을 만들자.

새로운 단어를 발명하자.

하나의 표현을 단어만 바꿔 가며 계속 써보자.

이름을 쓰고, 이름 뒤에 감춰진 그 사람의 기이한 면모를 적어보자.

문을 열고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곳으로 그들을 내보내라.

시간이 다 됐다.

11분 동안 얼마나 많은 단어를 썼는가?

다음에는 이보다 더 많이 써보도록 하자.


-픽사 스토리텔링, 매튜 룬




'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스님의 방법.'

메모를 보니 이런 제목도 있었다.

언제적 메모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줄 떡하니 적혀 있는 구절이 있었으니.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새벽에 번쩍 눈이 뜨인단다.


아 사람이 이리도 차이가 난다.

누군가는 아침에 어떻게 알차게 살아볼까

내 배를 부르게 하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날 방법을 강구하는데

누군가는 새벽부터 타인을 도울 즐거움과 설렘으로 눈이 뜨인다니.


그릇의 차이를 실감하며 메모해 두었던 것이 분명할 터.

나는 그때랑 뭐가 다를까.


달라이 라마도 그랬다고 했다.

'오늘 아침 일어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희망인가. 나는 살아있고 소중한 인생을 가졌으니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타인에게 나의 마음을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 모든 기운을 쏟을 것이다. 내 힘이 닿는 데까지 타인을 이롭게 할 것이다.'


어찌나 감명을 받았던지 이 구절을 외우고

아침 기상과 동시에 따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새벽 기상이란 참 쉽지 않으며

새벽 기상과 동시에 온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달라이 라마를 따라 거룩한 기도도 해 보지만

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인생이 힘든 이유가 다 그 때문이다.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심산이 인생을 그토록 무겁게 한다.

어떻게 하면 손해를 안 볼까, 어떻게 하면 이득을 볼까, 하는 사이에

인생은 물 먹은 솜처럼 축축 처지고 조금 있던 기운마저 고갈되어 간다.


그러니까 인생을 쉽게 사는 법이자

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방법은

애초부터 타인을 나보다 앞에 두는 것이다.


이기주의를 벗어나라는 말도 아니고

자기애를 극복하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나 말고도 이 지구상에 다른 무수한 존재가 생명을 공유하고 있음을 자각하자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라니.


그 자각이 없으니 인생을 자꾸 헤매게 된다.

잘 사는 듯하다가 엉뚱한 길로 가고 도랑에 빠진다.

무엇 때문인가.

스스로 인생을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 안에 짐을 잔뜩 실어놓고 왜 차가 안 나가냐고 투덜거리는 격이다.


음.

그러니까 가볍게 훨훨 날듯 살고 싶다면

인생의 초점이 지나치게 나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결국 자기계발서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 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으며

타인을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하면 그 대접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나 하나 잘 먹고 잘 사는 일도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게다.

참 이해도 어렵지 않고 쉽고도 간단한 논리인데 삶은 늘 경계에 부딪친다.


11분 끝.

(오늘은 경건한 얘기를 머리 굴려 하느라 그런지 글자 수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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