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편지 10

성직자의 길. 더 이상 사람들을 위로할 수 없어요.

by 나무둘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편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풍전등화 같았던 제가 떠오르네요.

위기의 앞에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선택했던 심리상담인데 뜻하지 않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아무래도 성직자라는 신분 때문에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어디에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면 깊이, 더 깊이 있는 것들과도 접촉하고 끌어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새 종교에서도 삶에 뿌리를 내리는 영성이 화두인데 그때 심리상담을 통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제 삶과 맞닿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삶과 괴리된 영성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와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제 영성도 좀 더 뿌리를 깊게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새는 사람들이 제게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애써 위로를 하지 않고 곁에 있으려 했을 뿐인데 뭔가 밝은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상담시간에 나의 그림자를 캐내고 그림자 아래 있던, 희미해서 까마득히 못 보고 살던 빛도 캐내면서 빛과 그림자가 잘 어우러진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기도 중에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얘기에 귀 기울인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센터도 더 번창하시길 바라고 선생님이라는 좋은 사람이 널리 알려지길 기원합니다.

선생님께서 믿는 신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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