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성에 사는, 부처님의 가장 가까운 후원자이며 기원정사를 기증한 아나타삔디까(급고독 장자)라는 부유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부처님께 가장 좋은 것만을 보시했다. 그 당시 부처님은 라자가하(왕사성: 인도 비하르 주의 라즈기르)에 머물고 계셨다. 어느 날 그 부자는 장사를 하러 라자가하를 방문하던 중 매형 집에 들르게 되었다. 그 집에 당도했을 때, 매형은 단지 "왔는가!"라고만 말하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매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일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다른 때 매형은 늘 말이 많았었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는 아마도 왕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거나 아니면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바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마친 매형이 아나타삔디까에게 다가오자 왜 그렇게 바쁘냐고 물었다. 매형은 "내일 부처님과 승가(Samgha)에 공양을 올린다네."라고 말했다.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나타삔디까는 너무 기쁘고 가슴이 벅차서 거의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었다. "부처님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네."라고 매형이 대답했다. 아나타삔디까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다시 의식을 잃었다.
'부처님'이라는 말도 듣기 어려웠고 심지어 부처님을 친견한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웠기 때문에 아나타삔디까는 기쁨에 벅차 3번이나 의식을 잃었다. 내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말을 매형에게 들었을 때 그는 너무 행복해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런 후 아나타삔디까는 부처님 외에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기필코 부처님을 친견해야 해. 지금 부처님을 친견하러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때 시간이 밤 10시였다.
매형은 내일 아침 일찍 부처님을 친견하자고 아나타삔디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나타삔디까는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을 친견한다는 생각에 너무 흥분해서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때 몸에서 밝은 빛이 나면서 기쁨의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날이 밝았다 고 생각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직 한밤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잠을 청하고 이러기를 밤새 3번이나 반복했다. 아나타삔디까가 다시 일어났을 때마다 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광채 때문에 온 방안이 환해졌 다. 마침내 다시 일어나서 부처님을 친견하러 집을 나섰다.
아직도 캄캄한 밤이었지만 몸에서 뿜어 나온 빛이 온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 었다. 천신(deva)이 벌써 현관문을 열어두었다. 천신은 그가 부처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나타삔디까가 집을 나섰을 때 몸에서 방사된 빛이 길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그 당시에 부처님은 숲속 사원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을과 숲속 사원 사이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며칠 전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서 시신 몇 구를 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묘지에 시신을 묻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아나타삔디까가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실수로 시신을 밟게 되었다. 시신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여기저기 파리 떼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시체를 밟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오자 몸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는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때 공동묘지의 수호신(yakkha)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무서워하지 마라! 계속 가라, 계속! 부처님께 향하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은 가장 값진 보석보다 16배나 더 소중하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는 함께 가는 동료가 있다고 생각했다. 용기를 얻자 다시 기쁨에 가득 찼다. 그러자 몸에서 빛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그는 이런 현상을 3번이나 경험했다.
부처님이 머무는 사원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아나타삔디까는 "요즘은 부처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누가 진짜 부처님인지 알 수가 없네. 아무도 어머님이 지어준 수닷따라는 이름을 모를 거야. 만약 그분이 진짜 부처님이라면 틀림없이 수닷따라고 부르실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때 부처님이 사원 입구까지 걸어 나왔다. 아나타삔디까가 사원 가까이 다가가자 부처님이 반가이 맞이했다. "어서 와라, 수닷따야!" 그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이 분이 진짜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부처님께 다가가서 예경을 올렸다. 부처님은 아나타삔디까에게 차제설법 (Anupubbikathā, 준비되지 않은 제자들 을 위해 순차적으로 설한 가르침)을 설했다. 이 차제설법은 보시의 가르침 (dānakathā, 시론), 계율의 가르침(silakathā, 계론), 천상계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가르침 (saggakathā, 생천론), 감각적 욕망의 결함에 대한 가르침(kāmānādinavakathā), 출리의 이익에 대한 가르침 (nekkhamme ānisamsakathā), 도의 지혜에 대한 가르침(maggakathā) 이다. 이 설법을 듣고 수닷따는 예류도(sotápatti magga)를 성취했다.
이 일화에서 아나타삔디까가 기쁨에 가득찼을 때 몸 주위에 빛이 났다. 공동묘지에서 두려워했을 때 빛이 사라졌다. 다시 기쁨으로 가득차자 빛이 방사되었다. 그래서 이처럼 수행자도 니밋따를 얻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수행해야 한다.
칸니 명상, 수망갈라. p.119-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