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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Feb 14. 2022

심리상담을 중도에 그만두고 싶을 때

나 스스로 말하기를 허하라.

'심리상담을 계속할지 고민이에요.' 

이런 말은 심리상담 장면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말입니다. 애써 시작한 심리상담을 중도에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심리상담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돈을 써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데 더 나아지고 있다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효과가 안 나는 이유는 심리상담사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거나 상담 접근법이 나에게 맞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혹은 내담자인 내가 빙빙 돌려서 진짜 속내를 안 털어놓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 


어떤 경우든 애써 받은 심리상담이 남는 장사가 되려면 무작정 심리상담을 그만두지 말고 어떤 점이 어떻게 불만족스러운지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조율하면서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설령 그렇게 그만두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이득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당당히 표현해보는 연습을 한 셈이니까요. 애초에 심리상담에 온 이유는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온 것이잖아요? 마지막까지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심리상담 중에 내 문제의 핵심이 건드려졌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털어놓고 싶어서 상담까지 찾아오기는 했지만 가장 깊이 있는 내 문제는 건드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오랜 세월 스스로도 감추고 살아와서 겉보기와는 다른 핵심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표면의 증상만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에 옵니다. 하지만 표면에 드러난 증상을 제대로 다루자니 결국은 내면 깊이 있는 근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안락한 상담실의 분위기와 상담자의 공감 덕에 느슨해진 마음으로 문득 어떤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까지 한 자신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나를 드러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퇴하고 싶어 집니다. 내가 꼭꼭 숨겨왔던 것과 이제 직면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서 서둘러 마음의 문을 다시 닫고 싶어 집니다. 심리상담 비용이 너무 비싸다거나 앞으로 바빠질 것 같다는 온갖 핑계와 변명이 떠오릅니다. 누가 봐도 합리적인 그 이유들로 상담에서 후퇴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이런 내 마음의 흐름을 말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상담에서 후퇴하려는 미묘한 마음의 작용 자체가 바로 표면의 증상을 유지시킨 원동력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인 문제가 오래 지속된 이유는 내 문제를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저 표면의 증상만 완화시키며 그럭저럭 살아왔기 때문에 잘 몰랐던 것이지요. 이제 막 문제의 뿌리를 대면하고 드디어 문제에서 해방되려나 하는데 다시 황급히 떠나가려 하다니요! 


불편함을 말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 불편함이 있다면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심리상담실을 그마저도 안전하게 터놓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심리상담을 중도에 그만두고 싶다면 먼저 나에게 스스로 말할 자유를 허해보세요. 그것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나를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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