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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Feb 17. 2022

마음 치유에 성큼 다가서기

한 끼 먹었다고 평생 배 안 고픈 게 아니다.

완벽한 치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고 했지요.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심리상담 중에 단 하나의 멘트나 작업으로 그동안 쌓여있던 마음의 무게가 일거에 해소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점진적으로 진행됩니다. 하나의 작업과 노력 뒤에 이어진 그 다음 작업과 노력이 조금씩 축적됩니다.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지만 이것들이 모여 나중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깁니다. 하나씩 노력하는 와중에는 그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지요. 


치유의 긴 여정, 언젠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려면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상담실에서는 두 가지 비유를 들곤 합니다. 


첫 번째 비유는 헬스입니다. 처음에 몸을 키우겠다고 헬스를 시작할 때는 큰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없지요. 하지만 계속해서 연습하다가 보면 점차 더 큰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됩니다. 10kg만 들 수 있다가 연습을 통해 20kg을 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성장의 기쁨을 누리지요. 그때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무게를 줄이지 않습니다. 이제 20kg을 들 수 있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10kg짜리 연습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때 10kg으로 연습을 하면 시시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오히려 20kg 이상을 가뿐히 들 수 있을 때까지 힘차게 연습을 계속할 것입니다. 


마음의 무게를 대할 때도 이와 같습니다. 마음의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 수 있는 마음의 무게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감당하는 내 능력과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고통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것입니다. 내가 바뀌면 결국 고통도 바뀌겠지요. 그 고통은 나의 주관적인 고통이니까요. 지금의 고통을 지금보다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정신도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러기 위해 헬스를 하듯 매일 꾸준히 정신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마음의 체급도 바뀝니다. 


두 번째 비유는 밥 먹기입니다. 밥벌이가 지겨울지언정 밥 먹기가 지겹다고는 안 하지요? 밥 먹는 게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밥은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데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밥은 쌀로 만든 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식사를 지칭한다는 건 아시겠죠?) 그리고 아침에 먹었다고 해서 하루 종일 배가 안 고픈 것은 아니지요. 오늘 뷔페에서 거하게 먹었다고 해서 내일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수행 등을 위해 단식을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평생 끊임없이 먹습니다. 때가 되면 계속해서 즐겁게 먹는 것. 이것이 밥 먹기라는 행위입니다. 


마음의 치유도 이와 같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하듯이 언뜻 지겨운 과정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치유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감사일기를 썼다고 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쓴 감사일기를 점심에도 덧붙여 쓰고 저녁에도 다시 들여다보며 감사의 근육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하루의 기분이 조금 더 안정되겠지요. 오늘 심리상담을 받았다고 내 일상이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 끼니마다 밥을 먹듯이 일상에서 나는 나대로 긍정적인 행동을 연습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그 행동들이 습관이 되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행동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이 내 삶의 태도로 자리 잡아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를 절로 유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핵심은 꾸준함입니다. 밥 먹는 것을 거르지 않듯이 꾸준하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나가는 것입니다. 매일의 노력이 축적되어 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계속해나가는 것입니다. 치유의 여정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헬스를 떠올려 보세요. 매일 꾸준한 연습으로 중량을 늘려나가는 것. 언젠가 이깟 괴로움 거뜬히 들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내 모습. 밥 먹기를 떠올려 보세요. 단 한 번도 지겨워하지 않고 배고플 때면 즐겁게 먹던 식사. 태어나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먹어도 계속 먹을 수 있는 나. 


할 수 있습니다. 

매일 달라지려고 하고 있다면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노력하는데도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마음의 치유가 너무 가까이, 코앞까지 다가와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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