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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Feb 18. 2022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아요.

성격은 내가 아니다.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아요." 


심리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대개 심리상담에 찾아올 때 즈음이면 내담자는 자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서 그것을 고쳐 보려고 상담을 찾아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주로 자기 성격입니다. 


성격은 참 미묘한 문제입니다. 한 사람의 총체적인 면을 반영하고 있는 성격. 이혼의 주된 사유로도 성격 차이가 등장하지요. 우리는 '성격'이라는 단어를 곧 '나 자신'이라는 단어와 별 다름없이 쓰곤 합니다. 정말 내 성격이 곧 나일까요? 


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요새는 너도 나도 알고 있는 MBTI 성격유형검사. MBTI는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합니다. 자 질문입니다. 


'16가지 성격 중 가장 문제인 성격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 언뜻 봐도 황당하지 않나요? 16가지 성격은 유형을 나누어 놓은 것뿐인데 우열을 가리려고 하다니요. 가장 문제인 성격 또는 가장 좋은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은 16가지 성격의 순위를 매길 수 있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학창 시절 내내 접한 서열식 사고방식이지요. 이런 사고방식으로 접근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판단하면서 성격조차 서열을 매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가장 문제인 성격이 무엇인지 묻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유효하지 않은 질문인 것이지요.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고 할 때, 나는 이런 무효하고 황당한 말을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성격'이 특히나 내 존재를 지칭하고 있는 말이라면 이는 더욱더 무효합니다. 


더 나아가 설령 내 성격이 정말 문제가 좀 있다고 해도 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격 = 나'가 아니듯이 '나 =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내 성격이 곧 나라는 존재는 아닙니다. 아무리 성격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서 곧 나 자체를 말하는 것 같아도 성격이 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성격은 내 존재의 특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는 구성물일 뿐입니다. 


맑고 투명하게, 정확하게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렇게 한 발 떨어져서 처음의 문장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한 뒤 스스로 질문해 봅시다. 정말 문제인가요? 나는 정말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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