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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Feb 12. 2022

글을 마치며. <지금 고통을 통과하고 있다면>

먼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고 모든 걸 해결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고통의 경험을 내 삶의 일부로 삼킬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과 글은 억지로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시는 걸 테니까요.

나 혼자 으쌰으쌰 발버둥 치는 동안 늪처럼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습니다.

고통을 빨리 극복하려다가 오히려 맥이 빠져버리고 말지요.


허나 분명한 건 하루하루는 살아지고

상황은 조금씩 나아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말이죠.


지금 고통의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면 발버둥 칠 때가 아닙니다.

억지로 과거의 괜찮았던 나로 돌아가려 하거나 반작용으로 미래의 근사한 상상에 도취되려 하는 것은 나에게 또 상처를 내는 일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부족하고 엉망인 나도 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지금의 나가 유일한 나입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 같거든

지면에 닿을 때까지, 단단한 땅에 안착할 수 있게 스스로를 보살피세요.

공연히 날갯짓하는 것은 남은 힘마저 빼고 나를 더 아프게 합니다.


지금 힘을 보전하면 인생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방향은 애초에 내가 짜놓은 계획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그게 인생의 묘미입니다.

미생이 완생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글귀 하나 나누며 글을 마칩니다.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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