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끝에 있는 마음의 여백
가끔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 지점에서 처음으로 숨을 돌리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려 발버둥치다 결국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그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더는 올라가야 할 곳이 없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마음에 여백이 생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끝까지 해봐야지.”
“포기하지 마.”
그러나 그는 안다.
모든 열망이 옳은 건 아니며 모든 끈기가 건강한 것도 아니라는 걸.
때로는 더 이상 애쓰지 않기로 결심하는 용기가 가장 나를 아끼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가 포기한 자리를 누군가는 평화의 땅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성공의 지표에서 한 발 물러선 그는
비로소 그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잘되려는 나’에서 ‘괜찮은 나’로 바뀌어 가는 이 전환은
어쩌면 가장 온전한 성장이 아닐까.
세상은 방향이 있는 사람을 칭찬하지만
그는 이제 방향 없는 사람의 무게를 사랑한다.
표류 같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결단과 수용이 녹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흔들림 속에 살아 있는 감정이 있다.
“이 길이 아닌가 보다.”
그 깨달음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무기력이라 부르지 말자.
그건 모든 가능성을 품은 채 잠시 삶을 껴안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는 중이다.
이제 그는 묻지 않는다.
언제가 정답인지 어디로 가야 옳은지.
대신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틀리지 않아도 맞지 않아도 괜찮은 그 사이.
그 불확실의 틈에서 피어나는 단단한 평화.
그것이 바로 그가 찾던 삶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갈 길은 모호하고 그 안의 불안은 여전하지만
그는 오늘
한계라는 이름의 평화 속에서 조용히 안녕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