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마음의 언어다
누군가는 결심을 '다짐'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포기'라 여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그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결심이 피어난다는 것을.
그날도 그랬다.
말끝마다 섞여 있던 의심,
웃음 뒤에 숨어 있던 서늘한 기척들.
처음엔 그 마음이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예민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눌러 담고 스스로를 탓하길 반복했다.
하지만 감정은 참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도 없는 밤
조용한 방 안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감각, 네가 틀린 게 아니야.”
그때 그는 알았다.
사랑이란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내 감정을 지우지 않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깨달음은 요란하지 않았다.
눈물도 없었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았다.
다만 긴 밤이 지나고 처음으로 맑게 들려오는 새소리처럼 잔잔하고 선명했다.
그는 결심했다.
더 이상 의심 위에 내 하루를 쌓지 않겠다고.
누군가의 진실하지 못한 말보다 내 마음속 울림을 먼저 믿어주겠다고.
그 결심은 회복의 첫 단추가 되었다.
한 땀씩 나를 다시 꿰매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나를 사랑하는 일.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아도 좋다.
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고요함은 약함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나를 위한 가장 강한 무장이다.
상처를 지나 다시 나로 돌아가는 그 길 위에서
그는 오늘도 조용히 나아간다.
울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울지 않아도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그 안의 목소리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 고요한 결심이 삶의 향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