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연기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고 없는 의미를 채우며
스스로를 더 깊은 숲으로 이끌곤 했다.
그는 종종 누군가의 한숨 소리, 애매한 눈빛, 대답 없는 침묵 속에서
숱한 의미를 추측했다.
그 의미들은 하나같이 불안과 슬픔의 색깔을 띠었고
그는 그 색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주 조용하고도 단단한 결심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상상의 안갯속에 숨지 않고 직접 삶과 마주 보겠다고.
그 첫걸음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그는 그냥 평소처럼 인사했고 묻고 웃었다.
그랬더니 상상 속에서 차갑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실제로는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멀게만 보였던 눈빛은
사실 그날 하루의 피로가 잠시 머문 자국일 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알게 되었다.
그가 두려워했던 건 상대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세상이었다는 것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하루아침에도 바뀔 수 있었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낡은 습관을 자각하고
익숙한 피해 의식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선택을 심는 일
그것은 결코 작은 용기가 아니었다.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
이 문장은 이제 그의 삶 속에 철학처럼 스며들었다.
남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며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일.
그는 그렇게 자신을 회복해갔다.
회복이란 거창한 사건이 아니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
조금 더 빨리 웃을 수 있는 힘이고
미워하던 사람을 향해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이며
어느 날 불쑥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부드러움이었다.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는 상상 대신 선택을 했다.
도망침 대신 마주함을 택했다.
그 용기가 불안이 지어낸 상상을 깨고
삶속에 투명한 빛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