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봄은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
가장 깊은 밤을 지나오며 그는 문득 깨달았다.
상처는 누군가의 잘못된 손끝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자리를 껴안고 살아가는 일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한때 그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이 사람만큼은'이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말에, 눈빛에, 한 줌의 다정함에 전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게를 지녔고 때로는 그 무게가 스스로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알게 되었다.
믿음이라는 건 밖에서 얻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조용히 싹트는 것이라는 걸.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라기보다 자신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신뢰는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약속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듬어가는 조용한 결심이었다.
흙이 얼었던 땅도 계절이 바뀌면 조금씩 풀리듯
그의 마음도 아주 천천히 다시 따뜻해졌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면 그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그래, 지금 나는 무서워. 그래도 괜찮아. 나 여기 있어.’
이 작은 말 한마디가 마음의 잔잔한 봄바람이 되어 조용히 그를 감싼다.
사람을 믿고 싶은 마음은 결코 약한 게 아니었다.
그건 여전히 살아 있으려는 마음의 징표였다.
누구도 그의 마음을 완벽히 지켜줄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을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안아줄 때 비로소 누군가를 향한 신뢰도 자라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믿음은 멀리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그의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봄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매일 자신을 향한 애틋한 눈길과 다정한 말들 속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생명이다.
그 믿음이 자라 꽃이 될 즈음 그는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의 봄은 그의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