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은 나 자신을 만나는 길
참는다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방식의 저항일지도 모른다. 말없이 참는 그들은 소리 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지진처럼 요동치는 감정이 있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온순한 얼굴이지만 마음속에는 수많은 말들이 울퉁불퉁하게 누워 잠들어 있다. 말해지지 못한 채 눌린 감정들은 때로는 속이 타들어가는 속앓이로, 때로는 밤마다 되새김질되는 후회로 모습을 바꿔 다시 그 앞에 나타난다.
그는 그런 순간들이 익숙하다. 조용히 감정을 눌러가며 버티는 시간들, 자신만 참는 것 같아 억울해지는 그 감정의 골짜기.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닌 무기가 되어 그의 침묵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드는 그 분위기.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그래도 너는 참을 줄 아니까 괜찮잖아." 하지만 참는다는 건 괜찮다는 말과는 너무 먼 감정이다. 그것은 때로 자신을 지우고 감정을 억제하고 존재를 흐리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느 날 그는 알았다. 그 울음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견디며 감춰온 자기 자신과의 재회였다.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 그 말은 무너짐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순간 회복은 시작된다. 더 이상 참는 자리가 자신을 소모시키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보듬는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그것이 바로 울음 속에 깃든 희망이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자리에 앉는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을 가슴에 눌러두고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견디는 자리. 그 자리는 외롭고 숨 막히지만 동시에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진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 용기다. 언젠가는 감정을 꺼내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울어도 좋고 토로해도 좋다. 말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참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말할 차례다. 그가 느낀 억울함과 분노, 슬픔과 고통은 다만 감정이 아니라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그 감정들이 오늘의 그를 지켜왔고 그 침묵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싸움을 혼자 이겨냈는지를 알 수 있다.
참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사람이 되기를. 말없이 사라지는 이가 아니라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꺼내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이제 그는 자기의 느낌을 말할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침묵도 충분히 의미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소리로 바꿔야 할 시간이다.
그의 감정이, 그의 목소리가, 드디어 빛을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