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힘들었어.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게 용기야.

by 나무둘

가끔은 누군가의 씩씩한 뒷모습이 그 사람의 가장 슬픈 풍경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눈물이 아니라 눈물이 없는 얼굴에서 더 깊은 슬픔이 배어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강한 사람을 편안하게 여긴다. 아무 말 없어도 잘 버틸 거라 믿고, 손 내밀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그 ‘강한 척’의 무게가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지,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만 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아프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기보단 그 말을 꺼냈을 때 닿을 공허함이 두려웠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래도 너니까 견딜 수 있었던 거야.”


그 말속에 담긴 기대와 무심함이 가끔은 가장 큰 짐이 되곤 했다. 그래서 아무도 묻지 않아도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으며 하루를 넘겼다. 그러나 마음은 억지로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내 안에는 분명히 따뜻함을 갈망하는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 상처받고도 애써 무심한 얼굴을 하던 나는 사실 누군가의 따스한 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마음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담이라는 조용한 방 안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화가 났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왜 아무도 내 마음을 묻지 않느냐고. 그 화는 곧 서러움으로 변했다.


어린 날의 나처럼 서툰 손으로 사랑을 구하던 그 시절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아주 오래된 말 한마디를 떠올렸다.

“나도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어.”

그 말은 비로소 나를 회복의 길로 데려갔다.


‘괜찮다’는 말 대신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는 결코 나약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내 마음을 다시 연결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엮는 시작이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강한 얼굴 뒤에 숨겨진 연약함을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진짜 회복은 ‘너도 힘들었구나’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은 드물지만 말을 꺼내면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말해야 했다. 괜찮지 않았다고, 힘들었다고, 사실은 나도 따뜻한 위로를 원했다고.


그 말이 나를 다시 사람들 속으로 이끌었다.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닿지 못할 마음들, 이제는 조심스럽게라도 전하고 싶다. 누군가가 나의 씩씩한 얼굴 너머를 봐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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