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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03. 2022

행복을 유예하는 심리

스스로 포기하면 상담 대가도 소용없다.

심리상담 장면에서 '이제 아무 소용없다'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가 꽤 있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 된다는 것이지요. 흔히 말하는 '기 빨리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스스로 행복할 가망이 없다고 장담을 합니다. 그는 정말로 행복할 가망이 없는 걸까요? 행복할 가망이 없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을까요? 


전혀 나아질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상담비를 내고 심리상담센터까지 찾아온 사람. 내심 희망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기에 상담을 찾아온 것입니다. 어딘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쌀 한 톨만큼이라도 희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말을 그렇게 하는 배경에는 그런 자기 마음도 들어주고 받아달라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한숨이나 늘어놓고 싶은 마음. 그동안의 좌절감으로 인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더 나아가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고 확증받고 싶은 마음. 그는 자기가 가진 일말의 희망을 좌절시켜달라고 상담사에게 암묵적인 요청을 합니다. 


앞으로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 확증이 되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행복을 향한 길이라고 해도 노력을 하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노력을 해봐야 안 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으로 인해 모든 좌절을 피해 살려고 합니다. 자기가 행복할 가망이 없다고 믿고 살려고 합니다. 


마음은 아주 고단수입니다. 이런 꾐에 빠져서 나올 생각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어떤 심리상담 대가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포기하기로 작정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마음이 힘들어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면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똑바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남은 인생, 행복하고 싶은가? 계속 불행하고 싶은가? 


자꾸 불행으로 기우는 내 마음의 속셈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나 자신에게 솔직하면 알게 됩니다. 행복을 유예시키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행복을 미루고 불행의 안전지대에 머물며 살려고 하는 나 자신. 괜히 행복하려고 애쓰다가 또 상처받느니 차라리 마음 편히 계속 불행하게 살려고 하는 나 자신. 아프지만 바로 보면 희망이 보입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몇 년씩 불행의 시절을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은 약속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 불행을 견뎠으니 이제 그 대가로 행복을 주노라, 하지 않습니다. 행복하기로 결심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희망을 볼 줄 아는 진귀한 능력이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요. 마음을 올바르게 쓰자면 이렇게 써야 합니다. 


나는 행복하고 싶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들어보세요. 마약 같은 불행 심리에 농락당하지 말고 정말로 행복을 원하는지 자문해보세요. 정말 행복을 원하면 결심하세요.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결심하면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음이 행과 불행의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행복하기로 결심할 수 있습니다. 행과 불행을 확정 지을 힘이 나에게 있습니다. 내 마음이 곧 천지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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