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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04. 2022

감정의 밑바닥까지 맛보라.

통과하면 다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감정은 느끼면 해소됩니다.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는 이유는 그 감정을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초의 감정은 불필요하게 2차, 3차 감정으로 번집니다. 내가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식으로 본래의 감정을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억눌리거나 뒤틀린 감정이 다른 감정을 파생시키는 것이지요. 


심리상담에서 하는 주요 작업 중 하나가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입니다. 느끼지 않아서 문제였기 때문에 상담 시간에라도 온전히 그 감정에 머물러 보는 것입니다. 감정이 무한정 계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진득하게 감정을 느끼다 보면 서서히 그 에너지가 줄어드는 게 느껴집니다. 온전히 느끼기 전에는 무시무시한 사자처럼 느껴졌던 감정이 어느새 온순한 새끼 고양이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감정의 저수지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음미해보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몹시 두렵고 낯선 감정이기에 이 시간을 상담자가 함께 잘 버텨 줍니다. 그래야 나를 손아귀에 넣고 뒤흔들던 감정의 에너지가 풀려 나가기 때문입니다. 한 차례 불길을 통과하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것은 감정일 뿐. 그 감정의 불길을 잘 통과하면 다시는 그 감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감정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됩니다. 


감정이 느껴지거든 조금 더 접촉하고 감각해보세요. 차를 오래 우려서 마시면 더 깊은 맛이 나지요. 그렇게 감정의 모든 맛을 느끼겠다는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감정의 밑바닥까지 맛보면 감정은 더 이상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두려웠던 그 감정이 나를 해방시키는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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