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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07. 2022

어떻게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 수 있을까

마음이 나를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먹는 것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 

이런 표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상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들 하지요.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것을 보고 물이 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물이 반이나 있다고 할 수도 있지요. 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입니다. 


세상이 어떤지에 따라 내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내 삶이 바뀝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경험하는 세상이 다릅니다. 나는 내가 해석한 세상에 살 뿐입니다. 같은 세상에 살더라도 '내'가 사는 세상과 '네'가 사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지각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세상은 객관적 현실이 아닙니다. '세상이 나를 못 살게 군다'라고 할 때, 그 세상은 내가 내 입맛대로 해석한 세상입니다. 내 뇌의 해석을 거치지 않은 세상, 나의 정신적 여과기를 투과하지 않은 세상을 우리는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가지고 살아왔으니까요. 나는 나 자신을 벗어나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세상은 말 그대로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세상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정신적 깔때기를 통과한 세상입니다. 나에 의해 분류되고 판단되고 채색되고 정리된 세상,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닌 세상이지요. 


이렇게 보면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곧 내 마음의 산물입니다. 내 마음이 세상을 지어내는 것입니다. 내가 경험하는 것은 곧 내 마음인 셈입니다. 그러니 세상일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것도 응당 말이 됩니다. 내가 주물럭대고 있는 내 세상이니 늘 내 마음대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충격적이지요? 


심리상담의 주된 목표 중 하나, 절대 빠질 수 없는 가치 중에 하나는 내담자의 주체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내담자로 하여금 줄곧 내면을 바라보게 돕습니다. 바깥의 세상은 언제나 제멋대로 펼쳐지고 있지요. 내가 경험하는 세상도 늘 내 멋대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의 정신적 세계를 내가 매일 같이 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 결과 내 정신적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고 그로 인해 실제 현실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외부에서 나를 바라볼 때 우리는 주체성을 갖게 됩니다. 마음의 횡포에서 벗어나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 마음을 부릴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가 경험하는 세상에 대해 선택권과 힘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심리상담의 주된 작업 중에 하나입니다. (만약 상담을 받을수록 심리상담과 상담사에게 종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건 올바른 심리상담이 아닙니다. 얼른 도망가세요!)

 

세상이 종이고 내가 주입니다. 

마음이 종이고 내가 주입니다. 


이런 대담한 듯 보이는 당연한 생각을 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그 첫 단추는 무엇일까요?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 마음이 먹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수동적으로 하늘에서 은총이 쏟아져서 그만, 내 삶이 바뀌고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의 치유가 일어난다는 루르드의 샘물에도 내가 먼저 그곳까지 가려는 의지와 열성이 있어야 치유를 받겠지요. 간절하게 마음먹고 행하는 능동성이 먼저입니다. 


마음이 나를 먹나요? 그런 표현은 없습니다. 내가 내버려 두면 마음이 나를 잡아먹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도. 언제나 내가 마음을 먹습니다. 내가 마음을 먹으면 마음은 나를 먹지 못합니다. 기꺼이 마음을 내는 사람, 그 사람이 주인입니다. 내 선택권과 힘을 내 뜻대로 발휘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은 내가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용기를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것은 내 세상과 내 경험을 여태까지 내 마음대로 해왔다는 것을, 그런 어마어마한 힘과 능력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보다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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