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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14. 2022

저렇게 잘 살아야한다는 압박

내 삶에는 나만의 멋이 있다.

심리상담 중에 내담자들이 무언가를 보고 마음의 상처가 도졌다고 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스마트폰 광고를 보고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다시금 강하게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광고의 잘난 인물을 보고는 자기가 왜 이 모양인지 자책감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지요. 요새 스마트폰을 켜면 정신이 없습니다. 어떤 정보를 찾아보려고 잠깐 검색 화면을 띄우면 어김없이 광고가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광고들은 소리칩니다.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어요! 당신이 그 모양이라서 여태 못한 거예요! 나처럼 해 보세요! 나만 따라하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지요. 어찌나 혹하게 잘 만들어 놓았는지 손가락이 저절로 클릭을 하려고 합니다. 마음속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리지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어서 저걸 해야 하지 않을까?' 어딘가 내가 불충분하다는 느낌이 유발됩니다. 지금보다는 더 잘 살아야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옵니다. 이렇게 사는 건 정답이 아닌 것 같고 저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에 '저렇게'는 없습니다. 인생에는 오직 '이렇게' 밖에 없습니다. 내게 주어진 삶이 이 삶뿐이니까요. 저런 삶은 저들의 것이고, 이런 삶이 나의 것입니다. '광고에서 자랑을 늘어놓는 걸 보니 저들은 저들대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 모양이네.' 이렇게 생각을 끝내고 주의를 나로 돌리면 내 삶이 보입니다. 생면부지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이 아니라 내가 직접 살아가고 있는 이 삶. 잘 보면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별일이 없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대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건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신 승리일 뿐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이때 정신이 맑고 투명하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너는 정신 승리라도 해 봤니?' 물질 승리를 못했다면 정신 승리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더구나 물질은 24시간 지니고 다닐 수 없지만 정신은 24시간 나랑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류 역사의 현인들은 24시간을 승리하는 길을 택해왔습니다.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혹 내가 부족한 점을 분명히 알게 되어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당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됩니다. 저들을 닮아가려는 노력은 접어두고 말이지요. 내 스타일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시야에 자꾸 저들의 삶을 두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면서요. 내 삶을 1%라도, 한 방울이라도 개선하는데 진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인생을 잘 살아야한다는 압박감이 없이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에게서 만족스러운 느낌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때로는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건대 이미 내 삶을 크게 그르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후회가 되고 반성이 되고 '이미 이번 생은 망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때도 희망은 있습니다. 정말 망한 거라면 아무렇게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입니다. 마음 어딘가에서 아직 망하지 않은 거라고 우기고 싶거나 별로 남지 않은 자존심을 세우고 싶기에 새롭게 시작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존의 체면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망했다는 것을 완전히 인정하는 마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전보다 오히려 더 자유롭고 신선하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잘 살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언제나 내 스타일대로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렇게' 살려고 하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게 됩니다. 오히려 '저렇게' 살려고 하지 않아야 잘 살게 됩니다. '저렇게' 사는 것은 저들의 정답이지요. '이렇게' 사는 것만이 나의 정답입니다. '이렇게' 사는데 최선을 다하면 이런 삶에 풍미가 더해집니다. '이렇게' 살면 살수록 내 삶에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내 멋대로 사는 내 삶에는 이렇게 나만의 멋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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