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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24. 2022

매너리즘에 빠진 심리상담 구하기

내면의 사막을 건너는 법

심리상담을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여태까지 좋았던 건 다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그 느낌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결혼 생활도 황금기가 있다는데 심리상담도 황금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정체되어 있고 심지어 퇴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심리상담도 굴곡이 있습니다. 상승하는 시기가 있고 하락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슬럼프가 찾아오고 권태기에 빠지는 때가 찾아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아무 감흥이 없는 시간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무슨 짓을 해도 별 소용이 없지요. 마치 계절이 순환하듯이 매너리즘의 때가 지나가길 기도하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을 뒤에 바로 봄이 오면 좋겠지만 언제나 겨울을 지나야 합니다. 아침 해가 찬란히 떠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캄캄한 밤을 견뎌야만 합니다. 


이런 우화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한 사람이 사막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마침 엄청난 모래 폭풍이 불고 있었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을 뒤흔드는 바람. 거센 바람은 잠깐이라도 중심을 잃으면 저 멀리 나를 날려버릴 기세로 계속 불어왔습니다. 그 모래폭풍이 잠깐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목마르고 힘들었던 그 사람에게 모래폭풍은 큰 시련이었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릴 기세의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배낭에 무거운 돌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여행 도중에 몇 번이고 버리려고 했으나 차마 버리지 못했던 그 무거운 돌. 끝내 사막까지 짊어지고 와서 내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그 돌이 거센 모래폭풍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던 것입니다. 


나에게는 어떤 돌이 있나요?  

힘든 마음으로 짊어지고 살았던 그 돌. 언제든지 치워버리고 싶었던 그 돌. 심리상담이 매너리즘에 빠지거든 상담실을 처음 찾아올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돌이 무엇인지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지 못했던 그 돌이 혹시 지금의 나를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모래바람 같이 무미건조한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우리가 소중히 아껴야 할 것은 내가 끔찍이도 버리고 싶었던 그 돌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돌을 철저하게 궁구해야 하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전설이 된 심리학자들도 자기 내면의 문제에 사로잡혀 헤어 나올 수 없던 시기를 몇 년이나 겪었다고 합니다. 내면의 사막을 건너는 효과적인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대면하는 자세로 한 발씩 나아가는 게 전부입니다. 모래폭풍은 어떤 가식도 요령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위로와 공감의 달콤함에 매료되었던 시기는 종료되었다고 선포합니다. 백척간두 진일보하듯이 나의 중심으로 곧장 뛰어들 것을 촉구합니다. 


그런데 나의 핵심에 파고들기로 작정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태풍의 눈에 이르듯 갑자기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나의 내면의 소란스러움도 그칩니다. 바깥에서 불던 폭풍도 안에서 불던 비바람도 그치고 고요해집니다. 매너리즘의 시기가 끝나갑니다. 다시 궤도에 올라 즐겁게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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