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울었다
오래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었던 시간은
내게 참으로 따뜻한 기억이다.
유달리
몇 번을 읽어줘도 읽을 때마다 목이 메었던 동화 "까마귀 소년"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읽은 며칠 전에도 먹먹해져서 책을 가슴에 안고 한참을 있었다.
누구나 살면서 어떤 형태로든 따돌림, 소외감으로 온몸을 떨었던 기억이 있으리라.
그것은 몹시도 두려운 기억이며 아픈 기억이다.
그 기억을 소환해야 할까... 망설여진다.
먼 산골에 사는 몸집이 작은 그 아이는 "땅꼬마"라고 불렸다.
그 아이는 선생님도 아이들도 무서워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지만
이른 아침 먼길을 걸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왔다.
공부할 때도 놀 때도 따돌림을 받았고 늘 외톨이였다.
어느 날부터 그 아이는 사팔뜨기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교실 주위의 사물과 자연에만 몰두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제외하고...
눈을 감고도 새소리를 구분할 수 있고 벌레도 아무렇지 않게 만지고 그렇게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아이는 누가 뭐라고 하건 늘 채소 잎으로 싼 주먹밥을
점심으로 들고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에 왔다.
반겨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도...
5년을 그렇게 지낸 그 아이는 6학년이 되었다.
얼굴에 웃음기가 많은 다정한 선생님이 전근을 오셨다.
새로 온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그 아이가 꽃 이름을 죄다 알고 있고 머루가 열리는 곳이 어딘지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낸다.
선생님은 그 아이의 그림과 삐뚤빼뚤한 붓글씨도 좋아하고,
둘이서 이야기도 자주 나누었다.
학예회 발표날, 그 아이는 무대에 서서 까마귀 소리를 흉내 냈다.
엄마 까마귀 아기 까마귀 소리, 행복한 까마귀 소리,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 소리...
선생님은 그 아이가 어떻게 까마귀 소리를 배우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동틀 무렵 학교로 타박타박... 해 질 무렵 집으로 타박타박...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타박타박
아이들은 모두 울었다.
어른들도 눈물을 흘렸다.
졸업식, 그 반에서 6년 개근상을 받은 것은 그 아이뿐이었다.
졸업을 하고 집안일을 돕는 여느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아이도 가끔 식구들이 구운 숯을 팔러 읍내에 왔다
이제는 아무도 그 아이를 땅꼬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안녕, 까마동이!"
그 아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씩 웃고
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 가지고 먼 산자락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어른처럼 어깨를 딱 펴고 걸어가는 그 아이 뒤로 즐겁고 행복한 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눈물 젖은 눈으로 이 책을 읽고,
눈물 젖은 눈으로 이 글을 쓴다.
까마귀 소년. 야시마 타로 글.그림 윤구병 옮김 비룡소 출판사, 1996. 7. 10.